민채씨는 아나운서를 꿈꾸었기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나 언론정보학과 진학을 고민했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되는 길이 특정 학과에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강점에 주목했다. 국어와 영어를 좋아하는 성향을 바탕으로 언어 계열로 관심을 넓혔고, 여러 가능성을 탐색한 끝에 폴란드학과를 선택했다. 익숙한 선택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아가는 민채씨의 진로 설계를 살펴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강민채 | 한국외대 폴란드학과(경남 명덕고)
미디어학과’ 강박 벗고
강점 살릴 ‘언어’에 주목
시간이 날 때면 아버지와 뉴스를 봤다. 어려운 정치 뉴스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아나운서를 보며 꿈을 키웠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관련 경험도 쌓았다.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고, 수업 시간에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일에 자신감이 붙었다.
“아나운서를 꿈꾸었기에 당연히 언론정보학과나 미디어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관련 학과들의 합격선이 높기도 하고, 아나운서가 되려면 꼭 미디어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나운서들의 전공도 다양하더라고요.”
아나운서라는 꿈은 변함없었지만, 미디어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 진로에도 도움이 될 전공을 고민하던 중 실마리를 찾은 곳은 좋아하는 교과목이었다.
“사회 문제나 세계 정세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은 국어와 영어였어요. 선생님들도 언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크니 진로를 언어 계열로 확장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고요. 영어 외에 다른 언어를 배운다면 아나운서라는 진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죠.”
사회 계열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민채씨는 고2부터 언어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영어 이외의 언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언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심이 많았다.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 커질수록
‘언어’가 가진 ‘힘’에 관심
어릴 적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관광 명소와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지만, 현지의 문화와 음식, 언어를 알아가는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다. 어설프게나마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 일도 즐겼다. 고1 때는 경남 함안군 지원 사업으로 운영된 고교생 해외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현지의 교육과 환경, 문화를 직접 경험했으며, 특히 싱가포르의 깨끗한 도시 환경이 인상 깊게 남았다. 해외에 대한 관심은 다른 나라의 사회 문제와 국제 정세를 살펴보는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를 주제로 모의 국제기구 활동에 참여했어요. 프랑스 대사관 역할을 맡아 프랑스의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는 방안을 소개했죠. 당시에는 2035년까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50%로 낮추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후변화로 세계가 더 뜨거워지고 있고, 오래된 건물이 많은 프랑스에서 정말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최근 프랑스의 고물가와 에너지 가격 급등, 주거난 등을 다룬 뉴스를 접하니 당시 활동이 떠오르더라고요.”
교과 수업에서도 언어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탐구로 발전시켰다. <영미문학읽기>에서는 문학이 당시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반영한다는 점을 파악해 작품에 담긴 작가의 생각과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심화영어독해Ⅰ>에서는 번역에 따라 의미와 뉘앙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탐구했다.
“AI가 언론인과 분석가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영어 지문을 접했어요. AI를 활용해 지문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뒤, 한국어로, 그리고 다시 영어로 옮겨봤죠. 처음의 영어 원문과 러시아어, 한국어를 거쳐 영어로 번역한 문장을 비교하니 단어와 표현이 제법 달라져 있더라고요. 신기했어요.”
해외 경험과 교과 탐구를 통해 민채씨는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한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점을 알아갔다.
어렵다고 피하기보단
부딪쳐 얻은 값진 경험
명덕고는 탐구 과목을 학기제로 편성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 폭을 넓혔다. 다만 수강 인원이 적어 내신 등급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민채씨는 2학년 2학기에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1학기 수강 인원이 70여 명이었던 것과 달리 2학기에는 28명에 불과했다. <세계지리>와 <동아시아사>도 각각 29명, 27명이 수강했다.
“인문 계열 친구들은 대부분 2학년 1학기에 <지구과학Ⅰ>을 선택했어요. 저는 다른 과목을 듣느라 2학기에 선택했는데, 28명 중 인문 계열은 저뿐이더라고요. 큰일 났다 싶었죠.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을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공부했어요. 너무 생소하고 어려워 울기도 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건 지금 생각해도 뿌듯해요.”
민채씨는 <지구과학Ⅰ>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등 일반선택 과목은 물론, <영미문학읽기> <심화영어독해Ⅰ> <여행지리> <고전과 윤리> <비교문화>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사회과제연구> 등 관심 분야를 넓히는 과목을 선택했다.
수시 원서는 러시아-유라시아학과, 스페인중남미학전공, 중어언어문화학과, 중어중문학과, 자유전공 등 다양한 모집 단위에 지원했다. 최종적으로 한국외대 폴란드학과와 다른 대학의 스페인중남미학전공에 합격한 뒤에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선택지를 고민했다.
“폴란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앞으로 한국과의 교류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봤어요. 특히 다른 대학에 많이 개설된 언어보다는 폴란드어를 배우는 것이 앞으로 아나운서나 다른 진로를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죠. 걱정도 많지만, 낯설고 어려웠던 <지구과학Ⅰ>을 끝까지 이수한 경험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더구나 언어니까요.”
폴란드에 가본 적도, 폴란드어를 접해본 적도 없지만 민채씨는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영어와 폴란드어 공부를 이어가는 한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중전공도 고려하고 있다.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도 진로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교 3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로가 보이더라고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실학자 박지원이 허생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유토피아와 그에 대한 교과서 해석의 모순에 대해 심화 탐구함. 허생을 창의성을 겸비한 행동파라 평가한 점이 인상 깊음 <영어> 해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싱가포르 문화와 교육 제도를 우리나라와 비교해 강점과 약점, 보완 방법을 여러 자료로 제시하며 발표함
/2학년/
<세계지리> ‘편견 깨기 기사문 작성 활동’에서 멕시코를 주제로 영화나 대중문화에서 흥겹고 가족 중심적인 모습으로 묘사된 모습과 언론 보도를 통해 치안이 불안한 나라로 인식되는 이중적인 이미지를 비교 제시함 <영미문학읽기> 영미 문학 작품을 인물, 시간과 공간적 배경을 분석해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뛰어남
/3학년/
<영어독해와 작문> Z세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한 영어 기사를 읽고 언어의 사용 방식이 사회적 소통 능력에 주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함 <심화영어독해Ⅰ> AI가 언론인과 분석가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영어 기사를 보고, AI를 활용해 러시아어로 번역한 뒤 한국어로 번역, 다시 영어로 번역하면서 처음 원문 영어 기사와 비교 분석하고 번역의 정확성을 검토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지구과학Ⅰ>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 줄곧 기피했던 교과가 과학이었다. 과학 과목 중 1과목을 선택해야 해 수강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과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 <영미문학읽기> 영어권 문학에 관심이 많아 선택한 과목이다. 단순히 영어 지문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쓰인 시대의 생활상과 분위기를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원서로 문학 작품을 읽는 재미가 생각보다 컸다.
▒ <생활과 윤리> 생활 속 윤리 쟁점을 탐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를 비롯한 여러 사상가의 사상을 배우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특히 ‘고인이 남긴 디지털 유산은 누구의 것인가’를 주제로 탐구하면서 칸트의 의무론을 적용해 고인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신조어가 생성되고 확산되는 현상을 언어 감수성과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탐구했다. 신조어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 | 진로 심화 탐색 활동/
“명덕고는 창의 융합 활동에서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모의 국제기구 활동도 그중 하나였어요.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진로 독서 프로그램도 기억에 남아요. 당시 추천받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언론인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봤죠. 교과 연계 심화 탐구 활동에서는 세계 난민 현황과 우리나라의 난민 수용 방식을 살펴봤어요. 대부분의 난민이 분쟁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죠. 이처럼 다양한 진로 활동을 통해 관심 분야를 더 깊이 탐색하고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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