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찬씨는 어릴 적 들은 바이올린 선율에 반해 중학교 3학년까지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다. 예고 진학을 목표로 성실히 실력을 쌓았고 여러 대회에서 수상도 했지만,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는 어렵겠다’라는 생각에 과감히 바이올린을 내려놓았다. 탄탄한 중학 내신을 바탕으로 지역 단위 자사고를 선택했고,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열정적으로 진로를 탐색했다. 다양한 탐구 활동을 거치며 ‘기업 가치와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소셜벤처 경영자’라는 꿈에 다다랐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배지은
박희찬 | 서강대 경영학부(대전대신고)
교내 병목 현상·납품 단가 후려치기,
일상 속 문제 해결에 골몰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만큼, 새로운 진로를 찾는 데 집중했다. 1학년 때 가입한 창업 동아리가 전환점이 됐다. 교내 행사에서 모의 비트코인 앱을 제작하며 시장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 대전대에서 열린 창업대회에 참가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경영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희찬씨의 탐구 시작점은 일상 속 문제였다. 그중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은 1학년 때 선배들과 한 학기 동안 진행한 ‘교실 재배치 프로젝트’였다. 고교학점제 시범 운영으로 이동 수업이 늘어나자, 이동 시 특정 구간에 학생들이 몰려 혼잡해졌다. 학교에 요청해 CAD 도면을 받았고, 학생들의 시간표를 바탕으로 이동 경로를 중첩해 구간별 혼잡도를 분석했다. 한데 분석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지점에서 여러 지점까지의 최단 경로를 구하는 다익스트라 알고리즘을 적용했지만, 복잡한 동선을 한꺼번에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모든 지점 간 최단 경로를 구할 수 있는 플로이드-워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혼잡도를 낮출 수 있는 선택 과목 교실 배치를 학교에 제안했고, 놀랍게도 선택 과목 교실 위치가 조정됐다.
“이후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실제로 이동이 편해지고 혼잡도도 줄었다는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했어요. 과정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 해결책을 구상한 뒤 그 효과까지 검증했다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3학년 때 동아리에서 진행한 ‘공정 계약 챌린지’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직접 앨범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친구가 일방적인 단가 삭감과 대금 지급 지연을 겪는 모습을 보며 불공정 거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희찬씨는 이런 문제를 알고리즘으로 찾아낼 수 없을까 고민했다. 먼저 실제 불공정 계약 사례 24건을 모았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을 추려 ‘키워드 사전’을 만들었다. 이어 사용자가 의심되는 표현을 직접 골라 자신만의 판별 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파이썬 기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완성한 알고리즘이 실제 사례를 얼마나 정확히 찾아내는지 성능을 검증했고, 이를 불공정 계약을 걸러내는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켜 투자자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의 IR 피칭까지 진행했다.
“탐구의 동기를 꼭 거창한 책이나 논문에서 찾을 필요는 없어요. 지금 내가 속한 사회와 주변을 잘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죠. 그 문제를 자신의 관심 분야와 연결해 해결책을 고민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탐구의 진정성과 깊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공동선’ 키워드로 꿈 구체화
어릴 적부터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았던 희찬씨는 <공정하다는 착각>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읽으며 ‘공동선’에 주목했다. 그리고 등굣길에 발견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의 문제점을 탐구로 연결했다. 공유이동수단 대여소 중 상당수가 유도블록을 막고 있음을 확인하고, 공간 정보를 지도 위에 시각화해 분석하는 오픈소스 GIS 프로그램인 QGIS를 활용해 보행 환경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대여소로부터 1.5m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이동 경로를 설계하고 단절 구간에 유도블록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당 내용은 지자체 관계자가 참석한 지역 공동체 성과 공유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통합사회> 수업에서는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 이면에 놓인 동물복지 문제를 짚었다. 출산율과 1인 가구 비율, 반려동물 산업 규모의 관계를 분석하고 해외 67개국의 동물권 수준과 영국·유럽의 정책을 국내 제도와 비교하며 반려동물등록제의 한계를 파고들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물복지의 ‘5가지 자유’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건강원 인증제’를 구상하고, 정책 참여를 유도할 캠페인을 기획했다.
“캠페인 기획안을 동물보호센터에 제출하는 것으로 탐구 활동을 마무리했어요. 실제로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였죠. 경영은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까지 함께 살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따뜻한 경영가’라는 꿈이 더욱 확고해졌어요.”
약점 보완 + 강점 살린 선택 과목,
조바심 내려놓자 성적 급상승
희찬씨는 약점인 수학 교과 역량을 보완하고 경영학과 연계해 경제·사회 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자 <경제수학>과 <실용수학>을 선택했다. 국제 친환경 관광 인증인 Green Key 인증제의 계단형 고정비 구조를 분석하고, 넛지 전략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 위한 경영 모델을 구축하는 등 수치와 수식으로 경제 문제를 분석하며 사고력을 키워나갔다. 강점인 사회 교과는 <경제>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등 대부분의 일반선택 과목뿐 아니라 진로선택 과목까지 폭넓게 이수하며 탐구 활동의 범위를 넓혔다. <사회과제연구>에서는 그린 워싱 문제를 심화 탐구해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국제관계와 국제기구>를 이수하며 기업과 경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와 제도의 작동 방식으로 시야를 넓혔다.
모교인 대전대신고가 지역 단위 자사고이다 보니 내신에 대한 부담이 컸다. 희찬씨의 가장 큰 고민은 쉽게 오르지 않는 내신이었다. 특히 선행학습을 거의 하지 않았던 수학은 고등학교 내내 발목을 잡았다. 3학년이 되기 전 마음을 다잡았다. ‘몇 등급을 받아야 한다’라는 목표 대신, 인생에서 한번쯤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목표는 만점이었어요. 단순히 문제를 많이 푸는 데 그치지 않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 ‘자신에게 솔직한 공부’를 했어요. 개념 하나도 빈틈없이 정리하고 완전히 이해한 뒤 넘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죠. 공부의 기준을 등급이 아닌 완전한 개념 이해에 두자,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줄면서 어느 순간부터 100점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1등급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하면 된다’라는 말을 실감한 값진 경험이었죠.”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통계 분석과 데이터 시각화에 많이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R 프로그램을 활용해 저출산과 반려동물 산업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함. 출산율과 반려동물 산업 규모, 1인 가구 비율과 반려동물 산업 규모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를 발견함
/2학년/
<경제> 파생상품 시장에서 발생하는 가격 왜곡 현상에 주목해 ‘레버리지 ETF와 현물시장 간의 괴리율’을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함. 2010년부터 2023년까지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시장 변동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 시장 변동성 거래량을 독립 변수로 설정해 회기 모델을 구축하는 등 금융 시장의 복합성을 논리적으로 해석함
/3학년/
<실용수학> <영어Ⅱ>의 후속 탐구로 넛지 전략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 위한 신경망 모델을 구축함. 관광객 수와 1인당 지출을 입력 변수로 설정하고, 관광 수입을 출력 변수로 두어 경제 현상을 함수 관계로 구조화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문학개론> 사회 문제를 문학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던 과목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시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며, 사회적 약자의 문제 역시 문학을 통해 알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 <인공지능기초>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활용한 탐구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던 과목이다.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을 익히고 파이썬과 매트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특히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를 읽으며 기업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3학년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탐구 활동을 보다 깊이 있게 이어갈 수 있었다.
▒ <경제수학> <국제관계와 국제기구>에서 Green Key 인증 제도의 문제점을 거시적으로 살펴봤다면, <경제수학>에서는 같은 주제를 가져와 직접 수식을 구성하고 소규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서로 멀어 보이는 두 과목을 연계하면서 하나의 주제를 보다 깊고 유기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_ BOOKLABORATORY/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독서를 바탕으로 탐구·실험·토론 활동을 결합해 융합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입니다. 3학년 땐 <모던 그로스 마케팅>을 읽고, 고객 행동을 수치와 실험으로 추적하는 데이터 기반 접근법에 주목했어요. 이를 과거에 다녔던 실용음악 학원의 고객 이탈 문제에 적용해 ‘Kaplan-Meier 생존곡선’ 모델을 구축하고, 이탈 시점을 시각화해 분석하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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