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윤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찾은 야구장에서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어린 시절에는 야구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좋아하는 야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화 <머니볼>과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 경기장 밖에서 구단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꼈고, 막연했던 꿈은 스포츠 마케팅 분야로 구체화됐다. 뚜렷해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려온 재윤씨의 열정 가득한 학교생활을 들여다봤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배지은
송재윤 | 인하대 스포츠과학과(경기 도래울고)
교과–비교과 넘나든 프로야구 탐구
재윤씨는 좋아하는 프로야구를 교과와 동아리 활동에 폭넓게 접목하며 학업 역량과 진로에 대한 관심을 함께 키워나갔다. 흥미 있는 과목뿐 아니라 약점인 수학을 프로야구와 연결해 탐구하면서 교과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수학>에서는 ‘야구장과 수학’을 주제로 한국과 미국 야구장의 구조적 차이를 살펴봤다.
재윤씨는 좌우 대칭인 국내 야구장과는 달리 비대칭이 많은 미국 야구장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자연환경과 입지 조건에 따라 야구장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차이가 구단의 개성을 살리는 마케팅 요소로 활용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야구장의 기하학적 구조가 도시의 역사와 스포츠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이해했다.
<수학Ⅱ>에서는 미적분 개념을 프로스포츠 구단의 재정 관리에 적용하는 심화 탐구를 진행했다. 구단의 비용과 수익을 함수로 나타내고, 미분을 활용해 비용은 최소화하고 수익은 극대화할 수 있는 재정 운영 방안을 분석했다. 나아가 예산 변화율과 투자 수익률, 재정 위험 관리에도 미적분 개념을 적용하며 최적의 재정 계획까지 완성했다.
“수학은 어릴 적부터 흥미도 별로 없었고, 어려워서 내신에서 가장 고전했던 과목이에요. 한데 관심 분야인 스포츠와 연결해 탐구하면서 수학이 스포츠 구단의 합리적인 경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죠.”
동아리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스포츠 산업이 안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로 눈을 돌렸다. ‘사회문제 탐구반’에서 경영학 진로를 희망하는 친구들과 함께 구단 운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고민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 적자 해결 방안’을 주제로 수익 구조의 한계와 높은 운영비, 경기장 활용의 제약 등을 짚고,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수없이 야구장을 찾은 경험은 다양한 탐구 아이디어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야구장을 다녀올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보며 씁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문제를 파고들었다. 일부 경기장에서 시행 중인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하고, 응원 도구의 재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봤다. 나아가 이미 도입된 페트병 수거 기계와 반납 보상제의 낮은 참여율에 주목해 관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탐구했다.
“좋아하는 분야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니 탐구할 주제가 무궁무진했어요. 탐구에 몰입할 때 이미 저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가 되어 있었죠. (웃음)”
사고의 확장을 도와준 독서
독서는 재윤씨가 스포츠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이끌었다. <스포츠비즈니스 인사이트> <스포츠 마케팅 쪼개기> <꿈은 나를 뛰게 한다> <운동의 뇌과학> <여가와 현대사회> 등을 읽으며 스포츠를 경영·경제·사회·과학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며 구단 경영과 마케팅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스포츠비즈니스 인사이트>였다. 특히 영화나 공연과 달리 관중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스포츠 소비의 독특한 특성에 주목했다. 경기 결과나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구단은 경기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와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호기심은 교과 시간에 탐구 활동의 소재가 됐다. <독서>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의 변천과 미래’를 주제로 최근 여성 야구 관중이 크게 늘어난 현상을 분석했다. 야구 규칙을 잘 몰라도 응원 문화를 즐기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여가를 보내거나 SNS에 관람 경험을 공유하는 등 야구장을 찾는 이유가 다양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팬을 위한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스포츠의 인기가 지속되려면 신규 팬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기고 다시 야구장을 찾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스포츠 관람을 하나의 문화 소비로 바라보며 팬들의 소비 심리와 신규 관중 유치, 장기적인 팬층 확보 전략까지 탐구를 확장했죠. 흔히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부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독서 능력을 바탕으로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실기 준비 내려놓고 면접 대비에 최선
목표가 확실했던 만큼 재윤씨는 고1 때부터 스포츠과학 분야에 관심을 두고 관련 체육 계열 학과의 모집 요강을 꼼꼼히 살펴봤다. 수시에서 실기 없이 선발하는 대학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찌감치 비실기전형을 목표로 삼았다. 실기전형에 주력하는 수험생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내신과 학교생활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대신 교내 스포츠클럽의 배드민턴·축구 리그전에 선수로 출전했고, 3년간 학생회 체육활동부에서 활동하며 교내 체육 행사의 기획부터 진행, 심판까지 두루 맡았다.
수학이 약점이었던 만큼 내신 성적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 대입에서는 충실히 쌓아온 학생부와 면접에 승부를 걸었다. 특히 인하대 스포츠과학과는 수시 2단계에서 면접을 30% 반영하고, 면접 평가 항목 중 진로 탐구 역량의 비중이 50%로 매우 높았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면접 예상 질문은 따로 만들지 않았어요. 학생부를 반복해서 읽으며 3년간의 활동을 되짚는 데 집중했죠. 활동 내용과 탐구 과정을 충분히 숙지해야 어떤 질문에도 자신 있고 자연스럽게 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면접에서는 학생회 체육활동부에서의 역할과 스포츠클럽 참여 경험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어요. 모두 직접 경험하고 충분히 숙지했던 내용이라 막힘없이 답할 수 있었고요. 상대적으로 낮은 내신 성적을 극복하고 수시로 입학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체육 계열 입시는 다양해지고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진로와 전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한국사> 1932년 일본의 야구 통제령으로 대다수 야구팀이 해체된 배경을 설명하고, 광복 이후 실업 야구와 고교 야구의 열풍, 1982년 전두환 정부의 유화 정책과 프로야구 출범, 지역 연고 구단의 창단이 지역감정을 자극한 측면까지 짚어내는 등 관심 분야인 야구와 역사를 연결해 탐구함
/2학년/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스포츠 마케팅과 선수 관리에 활용되는 기술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함. 기술 발전이 스포츠 산업에 가져온 변화와 함께 윤리적 문제도 짚어보며,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기술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함
/3학년/
<화법과 작문> 시사비평활동에서 ‘장애인 e스포츠는 왜 활성화되지 않는가’를 주제로 심화 탐구를 진행함. 활성화가 더딘 원인을 단순한 관심 부족이 아닌 제도적 기반의 미비에서 찾고, 관련 기사 분석을 통해 장애 등급별 선수 분류 기준이 모호해 경기의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함. 해결 방안으로 국제적 협력 강화를 구체적으로 제시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실용경제>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과목이다. 실생활 속 경제 원리와 시장의 작동 방식을 배우며 스포츠 산업을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스포츠마케팅 쪼개기>를 읽고 스포츠 경기 관람료와 수요·공급 법칙의 관계를 심화 탐구한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 <생명과학Ⅰ> 스포츠과학 분야의 진로와 연계해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자 선택한 과목이다. 현재 스포츠과학과에서 배우는 ‘기초생리학’은 고교 생명과학에서 다룬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기본 개념을 미리 익힌 덕분에 전공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한결 수월했다.
■ <인공지능기초> 스포츠 분야에서 AI와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할 수 있어 의미 있는 과목이었다. 국가통계포털에서 ‘운동용품 구매 현황’ 데이터를 수집해 예측 모델을 만든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데이터를 전처리한 뒤 선형회귀 알고리즘을 학습시켜 구매 추이를 예측하면서, 스포츠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 | ‘배움으로 세상에 베풀자’ 프로젝트/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각자 주제를 선정하고 심층 탐구한 뒤,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융합적 사고력과 전문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입니다. 3학년 때 ‘스포츠 오심 최소화를 위한 시스템 연구’를 주제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판독 시스템 개선 방안을 탐구했어요. 설문조사를 실시해 오심이 미치는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영향도 분석했죠. 관심 분야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해결 방안까지 모색할 수 있어 뜻깊은 활동이었습니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