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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호

별별 Talk Talk

웃고 울었던 원서 접수 에피소드

취재·사진 이지영 리포터 easygoing@naeil.com

남편에게 보낼 문자가 그만ㅠㅠ

고3 아들이 장염으로 조퇴를 하고 온 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어요. 곧 다가올 수능을 앞두고 응시 수수료를 가상 계좌에 납부하라는 내용이었어요. 가정통신문을 받지 못한 채 조퇴한 아들을 위해 친절히 안내문까지 캡처해 보내주셨답니다.

“어머님 수능 응시료 안내문입니다. 오늘 민수가 조퇴를 해서 문자로 보내드립니다.” 저는 감사한 마음에 “민수가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 장에 탈이 났네요. 선생님도 요즘 힘드실 텐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라고 답해드렸어요.

그러곤 송금하려고 생활비 계좌를 열어봤더니… 잔액이 1만6천500원뿐!!! 말일이라 잔고가 바닥이 난 거예요. 남편한테 서둘러 문자를 보냈죠. “입금 요망! 내 통장 빵꾸남. 나 완존 거지임. ㅠㅠ”

그런데… 잠시 후 띵동~ 문자가 왔습니다. “헉 어머님… 아버님께 보내실 문자를 제게 보내신 것 같습니다. ㅎㅎ”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줄기 땀이 주르륵. 세상에 이런 망신이 있을까요? 텅~빈 통장도 들통 나고 남편과 주고받은 민망 문자도 들키고!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내고 좌불안석 어쩔 줄 몰라 떨고 있는데, 문자가 또 왔어요. “괜찮습니다. 저도 저희 와이프님과 자주 주고받는 문자입니다.ㅎㅎ”

아들아, 4만7천 원 때문에 엄마 사고쳤다. 아들도 수능 날 크게 사고쳐서 역대급 점수 가즈아!!!




논술 시험 날짜 착각, 아깝게 버린 한 장



이제는 대학 2학년이 된 딸아이 얘깁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그때의 기억이 나서 움찔하게 되네요. 수시 6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선생님들과 의논하고 모 사이트 합격 예측 프로그램도 돌려보고 나름 신중하게 선택을 했어요. 마지막 날까지 경쟁률을 확인하며 쫄깃한 심장을 부여잡고 접수 완료! 그리고 차분하게 프린터 앞에 앉아 수험표를 하나하나 출력했죠.

저희 아이는 수시 2장을 논술 전형에 지원했는데, 논술 고사 날짜를 확인하다 뒷목을 잡고 말았어요. 글쎄 두 학교 시험 시간이 겹치는 거예요! 본인이 접수하겠다 큰소리쳐서 믿고 맡겼건만, 인문 계열 논술 시간을 자연 계열 논술로 착각한 겁니다. 원서 한 장 한 장이 귀한데 결국 시험도 못 봤다는!!!

덜렁이 따님은 다행히 논술로 붙은 다른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답니다. 그날의 실수 절대 잊지 말고 앞으론 뭐든 꼼꼼하게 좀 해주길!


자기소개서 입력도 못한 채 끝나버린 원서 접수




수시 모집 일정은 대학과 전형마다 다르지만 보통 원서 접수, 자기소개서·추천서 입력, 서류 제출 순으로 진행되죠. 원서 접수 첫날, 둘이 경건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저는 매의 눈초리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아들은 찬찬히 키보드를 눌렀어요. 원서 접수 사이트에 들어가 지원 대학을 검색하고 이름부터 차근차근 입력했습니다. 그다음은 자기소개서 입력 차례. 한글 파일에 써놓은 자기소개서를 ‘Ctrl+C’해서 원서 항목에 ‘Ctrl+V’해 넣었죠. 문제는 자기소개서가 완성 단계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수능 공부하랴 자기소개서 쓰랴 여름방학 때 엄청 고생했건만….

특히 2번 문항 ‘교내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에 적어둔 내용이 볼수록 엉성해 전면 수정을 해야 할 판이었어요. 일단 2번 칸에 ‘학습 멘토, 정보 동아리’ 이렇게만 입력하고 접수를 마쳤어요.

원서 접수 후에도 자기소개서 입력 기간은 보통 하루 정도 여유를 주니, 좀 더 고민해서 완벽히 써보겠다는 심사였겠죠. 첫날 접수했으니까 한 3일은 자기소개서 쓸 시간을 벌었고, 아들은 마지막 날 저녁 마감 시간까지 자료를 뒤적이며 열심히 쓰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비명이 들렸습니다. “으악!!!!!!!”

자기소개서 마감 시간을 착각했대요. 저도 모르게 급발진, 아들 등짝을 가열하게 스매싱했죠. “너 제정신이야?!!” 자기소개서 입력할 대학이 세 곳이었는데, 다른 두 곳은 6시, 한 곳이 5시까지였대요. 하필 1지망이었던 대학이 5시. ㅠㅠ 결국 자기소개서 2번은 1천500자 중 10자도 못 쓰고 자동 제출됐답니다.

그런데 억세게 운이 좋았던 걸까요?
지금 아들은 그 대학에 다니고 있답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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