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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03호

별별 Talk Talk

메시지는 만병의 근원(?)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그만 죄송하고 싶다!

“OO야~ 엄마 출근한다!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 7시 됐어. 아침에 조회해야지! 시간 엄수 좀 하자. 조회가 몇 시야? 7시 10분 아냐?”
“아, 알았어! 일어났어! 그만 좀 불러 엄마~”
“야! 이불 속에 계속 누워 있잖아. 그게 뭐가 일어난 거야? 내가 항상 말했지, 입만 일어난 건 일어난 게 아니라니까!”

“아 진짜, 조회 했어!”
“했어? 오늘은 조회가 빨랐나 보네. 다행이다, 그럼 엄마 간다!”

오전 11시 29분 메시지 알람 울림.
‘안녕하세요. OO가 아침조회 안 하고 전화도 받지 않아 문자 드립니다. 오늘 조회가 조금 늦게 올라갔는데요,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헉!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 녀석이 아침조회 했다고 하길래 속았습니다. 꿈에서 했나 봅니다. 이젠 믿지 않고 주의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아들 덕에 같은 사건 발생으로 벌써 10여 차례 죄송 문자 보냄. 多경험 보유자 됨.)

아들에게 바로 콜. 귓가에 울리는 자다 깬 목소리. 분노 게이지 상승.
“김OO! 너 진짜 언제 정신 차릴래!? 담임쌤 문자 또 받았잖아! 너 때문에 내가 ‘쏘리맘’으로 등극했다니까!” 전화기 너머 들리는 후다닥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정확히 4분 뒤 다시 온 담임쌤 문자‘확인됐습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귓가에 이명처럼 울리는 ‘매번 감사합니다.’ 매번… 크흐흑 ㅠㅠ




‘혈압상승’을 소리 나는 대로 쓰시오

장기화된 원격 수업 덕분(?)일까요? 중1 딸은 여전히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하고 한없이 어려 보이기만 합니다. 생각, 사고력까지 포함해서요.

이번 주는 등교 주간이라 과목별로 수행평가가 진행됐습니다. “엄마, 나 내일 국어 수행평가야! 단원 평가라는데 선생님께서 걱정 말라고 하셨어. 엄청 쉽다고 마음 편히 와서 보면 된대.” 그래도 평가인데 교과서도 한 번 더 살펴보고 뭔가 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잔소리로 비칠까 봐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하교 후 엄마에게 늘 당일 학교생활을 즉각 보고하는 예쁜(!) 딸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 나 오늘 국어 단원 평가에서 아깝게 두 문제 틀렸어.’
‘잉? 선생님이 쉽게 출제한다고 하셨다며? 어려웠나? 무슨 문제였는데?’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가!)
‘[벌들이]랑 [박수]를 소리 나는 대로 쓰라는 문제.’ ‘그걸 왜 틀리지…? 그래서 뭐라고 쓰셨나?’
‘윙윙이랑 짝.’




고마워요 ‘희망급식 바우처’

“엄마, 아침에 사과랑 딸기를 갈아서 먹으면 몸에 엄청 좋대.”
“누구 덕분에 씹어 먹을 과일도 없다.”

고딩 동거인은 ‘과일 킬러’입니다. 과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먹지요. 덕분에 저희 집 엥겔지수 피라미드는 아래쪽에서 올라올 생각을 안 하네요. 그런 아이다 보니 좋아하는 음료도 꼭 값비싼 ‘생과일주스’입니다. 한 병에 이황 선생님 세 분은 모셔야 하는 그런 주스 말이죠. 그것까지 마구 사주다가는 기둥뿌리 뽑힐 것 같아 구입 금지령을 내린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못해주는 일을 나라가 해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선물한 ‘희망급식 바우처’ 제로페이 덕분에 아이는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나는 진짜’라고 주장하는, 제일 좋아하는 과일주스를 편의점에서 구입해 원없이 마시고 있습니다. 엄마한테 자랑 톡까지 보내면서 말이죠. 이게 다 대한민국에서 널 낳은 내 덕인걸 꼭 기억해라 아들아!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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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별 Talk Talk (2021년 06월 16일 10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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