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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11호

별별 Talk Talk

여름방학의 끝에서

취재·사진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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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 그것이 문제로다

중2 아들, 나름대로 독서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엉뚱한 단어를 말할 때면 식겁(?)할 때가 있어요. 이를테면 ‘메소포타미아’를 ‘메타세쿼이아’라고 한다든지요. 하루는 동생과 함께 수박을 먹는데 “육수가 정말 많다~” 이러는 거예요. ‘설마… 잘못 들었을 거야.’ 속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동생 왈, “푸하하! 육수가 뭐야~ 육즙이지!” 둘이서 이러고 있지 뭡니까?(얘들아… 그거, ‘과즙’이야ㅠㅠ.)

안 되겠다 싶어 국어 어휘력 문제집 하나를 사서 방학 동안 풀기로 했어요. 매일 교과서 필수 어휘와 필수 개념어를 공부하고 확인 문제를 푸는데 소나기가 쭉쭉 내립니다. 혼자서 틀린 문제를 확인하라고 하면 대충 할 게 뻔해서 옆에 앉혀놓고 설명해줬죠. 소설과 설화의 공통점을 묻는 문제였는데, 엉뚱하게도 ‘주인공은 모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야’를 답으로 골라서 틀렸어요.

“아들, 잘 생각해봐. 너 <소나기>라는 소설 알지? 거기에서 소년이 도대체 어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지?” 잠시 생각하던 아들이 이윽고 내뱉은 한마디. “소를 타는 능력?” “뭐? 풉!”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졌습니다. “엄마, 잘 생각해봐. 주위에서 소 타는 사람 본 적 있어? 소를 타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거라니까!” 방학이 끝나기 전, 얼른 이 책을 마무리해야 할 텐데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소중한 하루가 또 지나가네요. 흑….




올림픽 (한정) 애국자

평소 중3 아들은 스포츠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인데요. 이번 도쿄올림픽 때는 사뭇 달랐답니다. 우리나라 경기 일정을 메모까지 해가며 하루종일 TV 앞에 앉아 있더라고요. 진정한 애국자 탄생의 순간이었죠.

공부도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요. 엄마가 좋아하는 공부 말고 올림픽에 관한 공부요. 왜 러시아라고 하지 않고 ROC라고 하는지, 배구에서 왜 키 작은 선수 한 명이 끼어 있는지 등 궁금한 점을 묻다가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면 바로 검색에 들어갑니다. 경기를 재미있게 보다가 학원 갈 시간이 되면 그것만큼 긴장되는 일도 없었어요. 어찌나 투덜대며 짜증내던지…. “학원 안 가면 안 돼?”라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소리를 들은 적도 여러 번이었답니다.

그렇게 올림픽을 즐기다 보니 방학이 반 이상 지나갔네요. 계획했던 공부는 제대로 못 했지만, 코로나19로 방학이라고 어디 놀러 가지도 못했는데 집에서 올림픽 응원하며 바캉스 제대로 즐겼다고 위로해봅니다. 그나저나 가만 보자. 헉! 생각해보니 내년엔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까지 대회가 3개나 열리네요. 하…. 이를 어쩌죠?




누구를 위한 산책?

저희 집 중3, 중1은 방학 첫날부터 지금까지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요. 일찍 일어나서 엄마랑 같이 산책 가면 용돈을 주겠다고 했는데도 한 번을 일어나지 않네요.

개학도 다가오는데 계속 저렇게 놔둘 수는 없어 필살기를 꺼내 들었죠. 바로 6개월 전 가족이 된 저희 집 막내 ‘꽁이’인데요. 아이들이 ‘꽁이’라면 죽고 못 살거든요. 꽁이가 밖에 못 나가서 답답해하니까 내일은 무조건 6시에 일어나서 산책시키러 나가자고 한 거죠.

다음날, 좀 힘들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꽁이를 위해 두 녀석 다 일찍 일어나더군요. 차로 15분 거리의 공원에 가서 드넓은 들판이 펼쳐지니 꽁이가 신나서 폭주(?)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도 그 뒤를 따라 뛰어갑니다.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가로이 상쾌한 공기를 맡으니 힐링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렇게 꽁이 덕분에 저희 집은 모처럼 활기찬 아침을 맞았답니다.

이제 곧 개학이네요. 코로나19의 기세도 꺾이지 않고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려면 힘들겠지만 모두 모두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2학기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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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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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 별별 Talk Talk (2021년 08월 18일 10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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