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해성고는 전국 단위 모집 자율학교다. 일반고이지만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며, 보다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선택형 교육과정의 도입과 함께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채로운 학교 특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뛰어난 진학 성과를 거둬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손꼽히는 진학 전문가인 김동진 교장의 부임을 계기로 고교학점제와 달라진 대입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7 후기고 원서 접수를 앞둔 지금, 예비 고1의 고교 선택을 돕기 위해 남해해성고를 찾았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남해해성고
수시 강자의 진학 전략 ‘학교다운 학교’
남해해성고는 학령인구 감소로 한때 존폐 위기에 처했지만, 2004년 농어촌 자율학교로 지정되고 2006년 아난티그룹(당시 에머슨퍼시픽그룹)의 이중명 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활로를 찾았다. 특히 선택형 교육과정이 도입된 후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우수한 진학 실적을 거둬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를 이끈 전략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별한 전략을 찾기보다 본질에 집중한 것.
선택형 교육과정의 도입 취지와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남해해성고는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담당하며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학생이 수업 안팎에서 질문하고 토론하며 탐구할 수 있도록 수업 방식을 바꾸고 교과·비교과 활동을 연계했다.
교육과정부장 신현욱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 안에서 원하는 과목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도 있지만, 석차등급이 산출되지 않고 원격으로 수업이 진행돼 교내 개설 과목과 동일하게 평가받기는 어렵다. 과학 교과는 네 영역의 일반·진로선택 과목을 고루 개설해 자연 계열 지망생이 최소 일반선택 3과목과 진로선택 5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무작정 심화 과목을 많이 개설하기보다 단계적인 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과목을 배치했다. 수학 교과는 1학년 1학기에 <공통수학1·2>를 함께 이수해 3학년 1학기에 <고급대수>등으로 심화 학습이 가능케 했다. 국어·영어 교과는 1학년 때 <독서토론과 글쓰기> <영어발표와 토론>을 학교 지정 과목으로 편성해 읽기·쓰기·말하기 역량을 조기에 갖출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3학년 강김바하 학생은 “<사회·문화> <정치와 법> 같은 일반선택 과목에서 기초적인 사회과학 용어와 개념, 연구방법을 익힌 후 <사회문제탐구> <사회탐구방법> <사회과제연구> 같은 진로선택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수업만 충실히 따라도 지식은 물론 탐구까지 심화·확장·발전시킬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2학년 부장 문정련 교사는 “실험·탐구·독서·발표 수업이 많은 편인데, 수업을 넘어 비교과와도 잘 연계되는 편이다. 국어 수업의 경우 문학 작품 속 인물의 아픔에 공감하며 자신의 흥미 분야와 연계해 처방전을 작성하거나, 전통과 고유성이 담긴 속담을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등 배운 내용을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자신과 다른 처지와 관점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다. 교과에서 익힌 지식과 탐구 방법을 창의적 체험 활동에 적용해 일상·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교과 학습이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발적인 탐구와 실천으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3학년 강유라 학생은 “보물섬국제학술포럼에서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과 영어로 관심 분야를 교류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교실에서 배운 것을 지역 또는 국제 문제에 적용해보면서 더 많이 배웠다. 활동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지식·경험적으로 성장시켜주는 활동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소규모’를 약점 아닌 강점으로 바꾸다
중학교와 달리 상대평가로 내신을 산출하는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1·2등급 등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많아야 대입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할 교원 정원 역시 학생 수에 비례해 배정된다는 점도 대규모 학교를 선호하는 배경이다.
학년당 4학급의 소규모 학교라는 환경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었지만, 남해해성고는 강점으로 바꿔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데다 인성 교육이 강조되는 분위기이다 보니 학생들은 공동체 역량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교사들은 속속들이 파악한 학생의 성향과 적성, 학습 현황을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생활·진로·진학 지도를 할 수 있었다.
3학년 추성빈 학생은 “교내 구성원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 열린 교육과정과 다양한 활동이 특징인 학교이다 보니,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 많다. 다행히 선배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선생님들은 학생 개인의 성향·상황을 고려해 섬세하게 이끌어줘 만족스럽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남해해성고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개인 맞춤형 아카이브 기반 학업 설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김동진 교장의 취임과 함께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활동 데이터를 축적해 개인별 프로파일을 구축·활용하는 체계를 마련 중이다. 이를 통해 진로에 맞춘 과목 선택, 탐구 주제 설계, 학기별 학습 계획을 함께 세우며 학업 방향을 잡아준다. 나아가 성적과 세특, 탐구·독서 일지, 상담 내용을 종합 분석해 정밀 1:1 맞춤 상담을 제공한다. 이는 학생 개개인이 쌓아온 학업과 활동의 폭과 깊이를 입체적으로 진단해 미래 인재로서의 역량을 키워주는 ‘전국 최초의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7 남해해성고 지원 A TO Z/
•지원 자격: 전국 중학교 졸업(예정)자 •모집 인원: 88명(전국 모집 71명, 관내 모집 17명) •선발 방법: 중학교 내신 석차 백분율 100%(교과 80%+비교과(출결 및 학교 활동) 20%)/// •원서 접수: 12월 10일(목)~12월 14일(월) •전형 기간: 12월 15일(화)~12월 23일(수) •합격자 발표: 2026년 12월 30일(수) 오전 10시, 학교 누리집 •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중식: 무상 •월 예상 부담액: 약 57만 원(기숙사비 15만 원+급식비 35만 원+방과 후 수업 7만 원)
□ 지난해 합격선은 석차 백분율 상위 5% 내외 □ 부산·서울 학생은 거주지와 다른 원서 접수 기간 주의 □ 집중 상담 기간(11월 26일(목)~12월 3일(목), 010-5885-7725) 적극 활용 추천! |
INTERVIEW
“예비 고1 입학 전 교육·재학생 개인 프로파일 도입
지속가능한 공교육 시스템 구축할 것”
김동진 교장
Q 지난 9월 14대 교장으로 부임했다. 향후 학교 운영 방향은?
학교는 어떤 교장, 교사, 학생이 와도 흔들림 없이 작동해야 합니다. 일단 ‘교사의 교육 집중 환경 조성’에 나설 예정입니다. 담임 교사는 학생 지도에 전념하고, 행정 업무는 전담 부서가 책임지는 구조적 개편을 단행 중입니다. 두 번째로 개별 선생님의 전문성과 우수성이 학교 안에서 서로 스며들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현장 교사가 주도하는 의사결정 체계를 수립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 지도 또한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학생 개인의 이력 및 상담 기록은 학업 설계 관리 전담 부서에서 체계적으로 관리·연계하고, 주요 13개 학문 영역 대표 학자의 주요 이론을 깊이 읽고 일상에 적용해보는 프로그램을 구축해 어떤 교사가 지도하더라도 동일한 교육 품질을 보장할 방침입니다. 이 시스템이 탄탄하게 구축된다면, 지속가능한 국가 교육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내년 신입생부터 제공할 입학 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공부의 기본은 문해력입니다. 많은 고교생이 ‘산화’ ‘함수’ ‘기회비용’ 같은 개념어를 몰라 공부를 못합니다. 교과 내용을 제대로 읽어야 질문거리가 생기고, 탐구를 할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학 전 문해력 교육을 시작합니다. 내년 신입생은 입학 전에 ‘해성 브릿지 프로그램’으로 고1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의 핵심 개념어를 미리 익힙니다. 공부가 서툰 학생도 혼자 따라올 수 있고, 자기 주도 과제형이라 전국 어디에 사는 학생이든 동일한 교육을 경험하며, 입학식에선 모든 학생이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습니다. 입학 후엔 모든 교과가 글쓰기와 발표로 마무리됩니다. AI가 보고서를 써주는 시대에 학생은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쓰고 말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해야 합니다. 서·논술형 평가든, 종합전형이든, 대학 면접이든, 대학에서 듣는 수업이든 모두 이 힘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학교가 수업을 포함해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이 역량을 길러주겠습니다.
Q 손꼽히는 진로·진학 전문가인데, 남해해성고의 진로진학 지도 방향을 어떻게 설계 중인지?
새로운 대입의 핵심은 학생부입니다. 내신은 5등급제로 전환됐고, 수능은 선택 과목이 빠지면서 줄 세우기가 어려워지면서 학생부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대학은 모든 전형에서 결국 ‘3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가’를 묻습니다. 선발 시 평가 비중이 가장 큰 학업 역량을 볼 땐 ‘얼마나 뛰어난가, 그리고 공부를 할 줄 아는가’를 살핍니다. 경험상 ‘다른’ 학생부는 행사 이름이나 탐구 주제로 만들 수 없습니다. 학생이 활동 안에서 꼽은 질문, 시도한 해법, 과제 후의 후속 행동이 차이를 만듭니다.
따라서 남해해성고는 ‘학교 프로그램 안에서 내 역량이 드러나는 주제를 골라, 다양한 방법으로 끝까지 탐구한다’를 진학 지도의 대원칙으로 삼습니다. 수업이나 독서,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질문을 수업 내용이나 학교 활동과 연결해 해결해보고, 이를 관찰·기록하며 성장을 도울 예정입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사는 곳의 문제 하나를 개선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남해 해변의 해양 쓰레기는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 지역 논밭의 농약 사용은 어떻게 달라져왔을까’ 같은 지역 사회(남해)나 우리 학교의 문제를 학생이 직접 발견하고, 그 문제를 풀 아이디어와 근거를 학자들에게서 찾아낸 뒤, 친구들과 토론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다듬어 3분 안에 누구나 알아듣게 세상에 전하는 4단계의 탐구를 거칩니다.
1학년 때는 학문과 학자를 만나 자기 질문을 찾고, 2학년 때는 질문을 다듬어 데이터로 검증하고, 3학년 때는 탐구를 완성해 논문으로 세상과 나누는 것으로 3년간 이어갑니다. 학교나 지역에 변화를 일으킨 학생은 자신이 담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진로를 너무 일찍 하나로 좁히지도 않을 것입니다. 대학도 “모든 활동을 전공에만 맞추면 오히려 한계”라고 말하는 만큼 도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개인 맞춤형 아카이브 기반 학업 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입니다. 학생의 파편화된 학습·활동 기록을 집적화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낮추고, 학생은 지도 교사가 바뀌어도 자신의 특성에 기초한 맞춤형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대학 진학을 넘어 졸업 후 최소 30년의 삶을 스스로 주도하고 세상을 바꾸는 사람으로 길러낼 것입니다.
Q 남해해성고의 가장 큰 강점을 소개한다면?
너무 많은데요. (웃음) ‘인성’을 첫손에 꼽고 싶습니다. 남해해성고는 선배가 후배의 공부와 학교생활을 돌봅니다. 3월 멘토링 결연식에서 인연이 되어 1년간 돌봄을 받은 후배는 다음 해에 누군가의 선배가 됩니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갈 때 ‘부모님 발 씻겨드리기’ 같은 가족 사랑 실천 과제를 하나씩 수행하고, 이 경험을 ‘부모님과 함께하는 해성 해피 데이’에서 공유합니다. 여기에 입학과 동시에 ‘1인 1나무 가꾸기’가 시작되고, 교내 스마트팜에서 작물을 길러 지역과 열매를 나눕니다. 돌봄을 받던 신입생이 후배, 가족, 자연, 지역에 받은 마음을 나누는 셈입니다. 이중명 이사장의 전폭적인 시설 개선·장학금 지원은 인성 교육이 잘 발현될 수 있는 바탕입니다. ‘사람다움’의 가치가 높아지는 AI 시대, 우리 학교의 인성 교육을 받은 인재는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Q 남해해성고 입학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중3이라면 11월 진행될 집중 상담 기간을 활용하길 추천합니다. 중학교 석차 백분율에 근거해 합격 가능성을 안내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학교의 특성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남해해성고는 전교생이 휴대전화는 교무실에 맡겨둔 채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수업은 질문하고, 쓰고, 발표하는 방식이고요. 수업은 물론 비교과, 방과 후 시간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합니다. 이런 생활이 학생과 잘 맞을지 반드시 학교를 방문해 확인하길 권합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공간, 아이들과 호흡할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본다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재학생이 말하는 남해해성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학교
“남해해성고는 토론·발표 활동이 많아요. 그래서 의견을 전달하는 역량이 높아졌어요. 질문을 비롯해 의견 교환이 활발하다 보니, 희망 진로·계열이 다르거나 타 지역·학교 친구들을 통해 예상 밖의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 많기도 해요. 선배나 선생님과 함께 탐구하는 과정에서 좀 더 깊은 지식을 접하며 문제 해결의 새로운 실마리를 얻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내신 등급이나 모의고사 성적을 넘어 제대로 된 공부를 하며 성장할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학교생활의 밀도가 깊어요. 단, 성향에 맞지 않으면 힘들 수 있어요.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고 움직이며 공부하는 성향이라면 남해해성고에 지원하길 바라요.” _ 2학년 김다온
실패할 기회를 주는 학교
“남해해성고는 ‘기회’를 많이 주는 학교예요. 저는 선행학습을 거의 안 해 고교 수학 과목이 빡빡하게 느껴졌어요. 다행히 수업이 내신·수능을 함께 대비할 수 있도록 이뤄지고, 선배들과의 학습 멘토링이나 방과 후 활동 등 보충할 시간이 많았어요. 교내 활동의 평가 기준도 ‘어떤 문제의식(사고)으로 접근했는가’ ‘실패(난관)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끝까지 파고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정답이 없는 문제를 팀을 꾸려 탐구하고, 학년 경계 없이 의견을 나누는 깜냥UP 무한도전만 해도 같이 해법을 찾아보며 배우는 기쁨이 컸어요. 도전하며 성장하는 기회를 누리고 싶다면 남해해성고가 좋은 선택지가 될 거예요.” _ 2학년 김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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