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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호

수능 과탐 마지막 보루 <생명과학Ⅰ> 1등급 공략법

예비 고3까지는 수능 탐구 영역에서 사회 9개, 과학 8개 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생명과학Ⅰ〉은 다른 수능 과학 탐구 과목에 비해 시험 시간이 빠듯하기로 악명이 높다. 전체 배점의 26%를 차지하는 유전 문항이 수학 고난도 문항처럼 조건을 해석하고 여러 경우를 단계적으로 따져야 하는 문항이기에 풀이에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 1등급 컷이 42점이었던 2026 수능에서는 평소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던 최상위권 학생조차 1등급을 놓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개념 이해는 물론 문제 해결 속도와 시간 관리 능력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확고한 1등급’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시험의 구조를 알면 길이 보인다. 2027 수능에서 통할 1등급 공략법을 살펴봤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도움말 박세근 교사(충남 호서고등학교)·박소현 교사(경기 저동고등학교·EBSi 인터넷방송 수능 과학 강사)









2026 수능, 최고점 표준점수 74점으로 가장 높아

2025 수능부터 이어진 ‘사탐런’ 열풍 속에서 <생명과학Ⅰ>은 <물리학Ⅰ> <화학Ⅰ>에 비해 응시율 감소 폭이 비교적 적었다(표 1). 오랫동안 생명과학을 가르쳐온 교사들은 “유전 문항을 제외하면 복잡한 추론 문항이 다른 과학 과목에 비해 적고, 자료 해석과 개념 이해 중심으로 출제되기에 과탐 영역이지만 암기력과 독해력으로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다. 중위권 학생도 노력하면 3등급 이상을 노릴 수 있는 과목”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자연 계열 학생들에게 <생명과학Ⅰ>은 과탐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린다.

한데 최상위권 학생 사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2026 수능에서 <생명과학Ⅰ>은 최고점 표준점수가 74점으로 17개 수능 탐구 영역 선택 과목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표 2). 같은 과탐 안에서도 최고점 표준점수 68점인 <지구과학Ⅰ>과 비교하면 무려 6점 차이가 난다. 이는 <생명과학Ⅰ>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돼 평균 점수가 낮았고, 만점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만큼 만점자의 성취도가 크게 평가되고, 상위권 내에서도 학생 간 점수 차이가 극명했다.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일수록 ‘무난한 1등급’보다 확실한 고득점 확보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 수능에서 <생명과학Ⅰ>이 1등급 컷 42점으로 전체 탐구 영역 중 가장 낮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답률을 살펴보면, 짧은 시간 안에 큰 고민 없이 해결해야 할 9번 문항이 오답률 2위를 기록했다(표 3). 경기 저동고 박소현 교사는 “최고난도 유전 문항인 17번 19번의 체감 난도는 이전 수능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데 전반적으로 시간을 아껴야 할 앞부분 문항에서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쓰면서 초반부터 당황했을 것이다. 특히 빠르게 해결해야 할 8번과 9번에서 막힌 학생이 많았다. 평소라면 10~20초 안에 풀 수 있는 문항에서 흐름이 끊기자, 후반부 유전 문항에서도 마음이 급해져 접근 방향을 놓치고 시간을 소모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비유전 다룬 15문항, 완벽한 개념 이해 필수

비유전 개념을 다룬 15문항을 안정적으로 맞히기 위해서는 문제 풀이 이전에 개념 완성이 핵심이다. 단순히 ‘그 개념을 안다’는 수준을 넘어 문제를 읽는 순간 해당 문항이 어떤 개념을 묻는지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겨울방학 동안 기출문제를 풀기보다 먼저 2학년 때 배운 내용을 완벽히 복습하며 개념을 탄탄하게 암기·정리해야 한다.

충남 호서고 박세근 교사는 “많은 학생이 기출문제를 먼저 풀고, 거꾸로 개념을 정리하려 한다. 암기 위주의 일부 사회 과목에서는 효과적이다. <생명과학Ⅰ>은 기본 개념이 머릿속에 정리돼 있지 않으면 문항을 읽으면서도 핵심 용어를 해석하지 못한 채 문제 속 ‘힌트’를 찾으려다 헤매게 된다. 최근 수능에서는 노골적인 힌트를 주지 않고 핵심 개념을 단어 하나로 압축해 제시하는 만큼, 비유전 문항을 해결하려면 빠르고 정확한 풀이를 가능하게 하는 ‘완성도 높은 개념 학습’이 관건이다”라고 조언한다.

한편, 단원마다 개념이 어렵고 쉬운 차이는 있으나 안 중요한 단원은 없다. <생명과학Ⅰ>의 마지막 단원인 ‘생태계와 상호작용’은 유전 단원의 매우 까다로운 난도를 경험한 직후에 배운다. 내용은 많고 개념은 비교적 쉽기에 학생들은 수업 집중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2학년 2학기, 정시로 마음이 기운 학생일수록 ‘나중에 정리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내신 때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박세근 교사는 “큰 파도가 밀려오면 단단히 대비하지만, 잔잔한 파도는 방심하다가 오히려 호되게 당할 수 있다. ‘생태계와 상호작용’ 단원을 내신에서 대충 넘기면 수능에선 3등급도 장담하기 어렵다. 마지막 내신까지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때문에 학교 수업에서는 수능 문항 배열 구조와 유사하게 단원 순서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생명과학Ⅰ>은 단원 간 연계성을 지니면서도 ‘생태계와 환경’ ‘자극과 반응’처럼 단원별로 떼어 설명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독립된 구조로 되어 있기에 가능한 수업 설계다”라고 설명한다.


유전 최고난도 2문항, 포기는 금물

2학년 모의고사에서 <생명과학Ⅰ> 1등급을 받고 자신감이 크게 높아지는 학생들이 많다. 한데 <생명과학Ⅰ>은 2학년과 3학년 모의고사의 난도 차이가 크다. 유전 문항은 2학년 9월 학평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기본 개념을 묻는 수준이기 때문. 3학년 3월 학평 역시 6월 모의고사와 비교해 유전 문항은 난도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염두에 두고 겨울방학 때 <생명과학Ⅰ>의 공부 방향과 학습량을 정해야 한다.

유전 단원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잘못된 태도 중 하나는 기본 개념을 익히면 다 안다고 판단해 곧바로 기출문제에 뛰어드는 것이다. 박소현 교사는 “유전 문항은 단계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초기에는 EBS <수능특강>의 ‘2점 테스트’를 충분히 풀어 기본기와 풀이 흐름을 익히고, 이후 ‘3점 테스트’로 실력을 점검한다. 다 맞히는 수준이 되면 기출문제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BS <수능완성>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까다로운 3단원 ‘근수축’과 ‘신경전도’ 역시 이러한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같은 단서라도 문장·표·그래프 등 제시 방식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문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몇 문제를 풀고 오답 정리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실력이 쌓이진 않는다. 재능의 문제라기보다 훈련과 인내의 문제다. 다양한 표현 방식과 유형을 꾸준히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경지에 오르듯, 스스로 해석의 틀을 형성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유전 학습에서 또 하나의 흔한 전략은 ‘가계도’나 ‘돌연변이’처럼 17~19번 사이의 최고난도 문항 두 개를 아예 포기하고 나머지를 다 맞힌다는 전략이다. 공부 효율을 높이겠다는 생각이지만,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최고난도 문항을 정복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이 과정을 통해 조건을 정리하는 법과 사고의 틀이 형성되면 이후 유전 문항 전반이 훨씬 수월해진다. 반대로 이런 문항을 외면할수록 그보다 쉬운 문제조차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박세근 교사는 “최고난도 문항은 처음부터 시간을 재고 풀면 조급함부터 생긴다. 계산이 빠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정보를 어떤 순서로 정리하며 경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나누느냐의 싸움이다. 해답의 풀이법 암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 문제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생각의 순서가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시간 단축은 이 구조가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라고 강조한다.



/비슷한 듯 다른 과목/

<생명과학Ⅰ> vs <생명과학Ⅱ>

2학년 2학기 때 <생명과학Ⅰ> 유전 단원을 배우며 힘들어했던 학생이라면, ‘<생명과학Ⅱ>는 얼마나 더 어려울까?’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한데 두 과목의 차이는 난도보다는 개념과 수능 문항 구조에 있다. <생명과학Ⅱ>의 가장 큰 장벽은 낯선 용어다. 특히 3학년 초반에 배우는 ‘물질대사’ 단원에서는 세포 호흡 및 광합성과 관련해 처음 접하는 심화 개념과 길고 어려운 용어가 한꺼번에 등장한다. 여기에 수능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겁부터 먹기 쉽다. 하지만 학교 수업과 모의고사를 반복해 접하다 보면 용어와 개념에 빠르게 익숙해진다.

박세근 교사는 “수능에서 <생명과학Ⅱ>는 <생명과학Ⅰ>과 달리 복잡한 조건을 여러 개 제시하며 추론을 요구하는 문항이 상대적으로 적다. 때문에 개념과 용어만 정리되면 문제에 접근하기가 <생명과학Ⅰ>에 비해 수월하다. 성적 분포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생명과학Ⅱ>는 20점 초중반에서 3등급이 형성되기도 한다.〈생명과학Ⅱ〉는 선택 인원이 적지만, 상위권 응시자의 비중이 높기에 점수 분포의 상단이 두껍게 형성되고 최상위권 내에서는 등급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반면 중위권 구간에서는 일정 점수대에 수험생이 고르게 분포하기에 한두 문항에서 실수해 등급이 크게 흔들리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계산이나 복잡한 추론보다는 심화 개념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강하다면 오히려 <생명과학Ⅱ>가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MINI INTERVIEW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모든 단원 중요, 기출문제 틀에 갇히면 안 돼”



이정찬
(서울 강서고 졸업)


Q. 정시 지원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모든 과목을 빈틈없이 준비하며 최선을 다했어요. 자신 있던 수학은 만점을 받았고, 국어 영어 <지구과학Ⅰ>도 큰 실수 없이 1등급을 받았어요. 다만 <생명과학Ⅰ>은 모의고사에선 만점을 받았지만 시험 시간에 쫓기면서 아쉬운 실수가 겹쳐 2등급이 나왔죠. 자연 계열 중에서도 의학 계열을 염두에 뒀기에 <생명과학Ⅰ>을 선택했고, 평소에도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이어서 아쉬움이 크게 남아요.


Q. <생명과학Ⅰ>에서 시간이 부족했던 이유는?

평소에는 첫 페이지를 2분 안에 풀었어요. 한데 예상치 못한 6번 문항에서 시간이 지체됐어요. 개념이 쉬운 5단원 ‘개체군’ 문제였지만, 수치를 주고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림 속 개체 수를 하나하나 세어 비율을 구해야 했죠. 8번 역시 개념은 쉬웠으나 모의고사나 문제집에서 접해보지 못한 유형이었어요. 9번 첫 유전 문제는 조건이 까다로웠고, 11번은 최근 수능에 출제되지 않았던 ‘혈액형 문항’이었죠. 마치 평가원이 ‘너네 이 개념 등한시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허를 찔렸죠. 당황해서 보기를 잘못 읽는 실수까지 나왔어요. 평소에는 마지막 유전 문항(17~19번)을 남기고 10분가량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그렇지 못했죠.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고3 6월 모의고사에서 백분위 100을 받았을 때는 ‘이제 됐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한데 수능은 평소 1등급이었던 학생도 문항 구성과 난도에 따라 충분히 흔들릴 수 있어요.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탄탄한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해보세요.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수능을 섣불리 예측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 문제는 안 나올 것 같다’ ‘이 단원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특히 쉽다고 여겨지는 단원일수록 더 깊고 꼼꼼하게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지난 수능이 어려웠으니 이번은 쉬울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도 버려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그 노력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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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 (2026년 01월 14일 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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