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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 38 | 카카오 사태

카카오에 올라탄 초연결 시대 화재 한 번에 블랙아웃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등을 포함한 카카오 계열의 주요 서비스가 지난 15~16일 이틀에 걸쳐 18시간 넘게 ‘얼음!’ 상태가 됐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의 지하 전기실에서 일어난 화재로 이곳에 입주한 카카오 서버 약 3만2천 대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송금과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일대 혼란이 벌어졌으며 택시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각종 로그인 기능이 멈추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카카오 서비스와 연결된 공공 서비스들도 중단됐다. 화재 사고 하나로 국민 전반의 생활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IT 강국’이란 명성에 깊은 흠집을 낸, 이번 디지털 재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짚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대한민국 ‘올 스톱’시킨 카카오 사태

디지털 최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무려 이틀간이나 ‘언빌리버블’한 일이 이어졌어. (만약 지난 15~16일에 무슨 일이 있어났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거나 삶에 조금의 불편함도 없었다면, 이리 와~ 한 번 안아줄게.) 대한민국 총인구의 92.1%, 즉 4천750만 명의 소통 창구인 ‘국민 대화창’ 카카오톡(카톡)이 멈춰버렸거든.

카카오택시 호출 불가로 과거로 돌아간 듯 거리마다 손 흔들며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즐비했고, 식당에선 카카오페이가 안 돼 계좌이체를 하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지. 그 와중에 제일 슬펐던 소식은 아끼고 아꼈던 카카오 치킨세트 선물쿠폰 유효기간이 16일이었다는…말잇못.

이런 사태는 지난 15일 오후에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서부터 시작됐어. 이곳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이 입주해 있지. (그럼 얘들도 먹통이었냐고? 한 번 더 안아줄게.)

사태 초기 네이버도 검색, 뉴스, 쇼핑, 카페, 블로그, 시리즈온, 오픈톡, 스마트스토어센터 등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데이터센터를 이원화(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떨어진 2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데이터센터 안에서도 파일이나 전원 공급 장치를 이중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단다.)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신속한 복구가 이뤄졌어. 그러나 상당수 카카오 계열 서비스는 16일 오후까지도 완전 먹통이었고 완전한 복구는 언제쯤 가능할지 여전히 확답하기 어려운 실정이야.


국민 플랫폼에서 하룻밤 새 ‘국민 밉상’으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무료 서비스, 세계 최초의 단체 채팅 지원 등을 강점으로 앞세워 단 3년 만에 전 세계 8천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했어. 그리고 출시 당시 3천400만 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은 10년 만에 4조1천568억 원, 영업이익만 4천559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지. 10년 만에 100배!

특히 2016년엔 단순한 ‘채팅 메신저’에서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며 ‘갈기 없는 수사자’라는 독특한 캐릭터 ‘라이언’을 데뷔시킨 뒤 한 번 더 비약하게 돼. 라이언은 특유의 무표정과 귀여운 디자인으로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 세대까지 아우르며 사랑받았고 1년 뒤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했단다. (라이언은 선풍적 인기로 회사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라 상무’로 불렸고 1년 뒤엔 ‘라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어. 이때 카카오 임원 승진자 공식 명단에 이름이 올라 화제가 됐었지.)

이후 카카오는 휴대폰을 보유한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용하는 메신저 앱이 됐어. 또 이를 발판으로 한 광고와 캐릭터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도 창출했지. 그 뒤에도 선물하기·같이 게임하기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국내 두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까지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났단다.

카카오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 2017년엔 자동차 내비게이션, 택시 호출 서비스 등을 통합한 ‘카카오모빌리티’를 창립했고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카카오페이’도 출범시켰지. 2020년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예방접종증명서를 카카오톡 QR체크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카카오는 헬스케어와 공공 전자서명 업계에까지 진출하게 됐단다. 대애~박이지?

이렇게 채팅, 게임, 은행, 전자 결제에 이어 공공 인증까지 카카오 앱 하나로 해결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카카오는 한국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어. 하지만 모든 이들이 카카오가 주는 편리함을 반긴 건 아냐. 일각에선 카카오가 134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택시·택배(카카오모빌리티), 미용실(카카오헤어샵)은 물론 꽃 배달, 방문 수리 등의 서비스 영역까지 침범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가했거든. 온라인에서는 ‘이러다가 상조 회사에서도 라이언을 볼 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고.

실상 카톡 서비스 마비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냐. 2012년 4월에도 데이터센터 화재로 ‘4시간 먹통’ 사태를 겪었거든. 당시 서버를 위탁 운영하던 LG CNS의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장애가 발생해 전기 공급이 끊겼고 카톡과 카카오스토리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었어. 그때도 카카오는 한 곳에 ‘몰빵’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지금과 또~옥같이 받았지. 여러 데이터센터에 시스템을 분산 운영해 불통 사태를 방지하라는 지적도 또~옥같이 받았고.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재로 인한 사고이긴 하지만) ‘이거슨 인재(人災)!’라고 강조하고 있어. 카카오가 수익 창출에만 열을 올리고 설비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아 재난 대응 체계에 구멍이 뚫린 거라며 말야. 카카오도 진짜 할 말 없는 게, 이달 4일에도 또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거든. (기억난다고? 다행이다.)

그런데도 이전처럼 ‘장애 발생→이용자 불편→사과·재발 방지 약속’만 되풀이했을 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하진 않았지. 일반적으로 IT 기업들은 화재 등 재난 또는 비상상황 발생 시 핵심 서비스를 목표 시간 내에 복구하는 업무연속성계획(BCP)과 재해복구계획(DRP)을 수립하고 실천하는데, 카카오는 참으로 꾸준하고도 일관되게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하고 있었던 거야.




정부가 묵인한 독과점?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위해 정부 부처도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며 “정확한 원인 파악은 물론, 데이터센터 설치 이원화 등을 포함한 사고 예방 방안과 사고 발생 시 보고·조치 제도 마련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어. 여야도 한 목소리로 카카오를 질타하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책임을 추궁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지. (물론 네이버와 SK 대빵도 함께.)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이미 2년 전에 카카오 같은 민간 기업의 데이터센터도 국가 재난 대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방송통신발전법 개정안을 (당시 정부에서 해당 법안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여야 의원들이 업계에 부담에 크고 급한 민생 현안이 아니라며 ‘합심해’ 무산시켰다는 사실이야. 또한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도 사실상 정부와 국회의 묵인하에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고.

생각해봐.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정부의 대국민 행정 서비스 중 상당부분이 카톡에 의존하고 있잖니. 행정안전부(행정부)의 국민비서 ‘구삐’가 카톡을 이용한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히고 교통 과태료나 범칙금의 납부 기한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나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복지 서비스, 입영통지서까지도 카톡으로 발송되고 있지.

물론 시민 편의를 고려한 사안인 만큼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 다만 앞서 말했듯 지금껏 행정부가 카톡의 독점적 지위를 사실상 인정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거지. 시장경제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독과점 방지인데 카톡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관공서는 카톡의 독점적 지위를 사실상 인정해주고 있던 셈이잖아. 그 덕분에(?) 카카오가 겁을 상실한 거고. (무려 600년 전 우리 조상님들도 사고를 대비해 <조선왕조실록>을 4곳에 분리 보관하셨다~ 대한민국 최고의 플랫폼 업체로 꼽히는 곳이 방대한 서버와 데이터를 한 곳에 몰아넣고 운영하는 게 말이 됨?)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돼야

이번 사태는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초연결 사회에서 온라인망이나 플랫폼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어. 특정 민간 플랫폼 업체의 시장 독과점으로 이용자들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칫 작은 사고로도 큰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고.

카카오는 “화재는 워낙 예상 못한 시나리오라 대책이 부족했다”는 (저기요, 재난의 기본은 ‘불’과 ‘물’ 아닌가요?) 변명을 내놓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해 원인 조사와 재난 대책, 보상 대책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기업에서 벌어진 사고에 장관이 사과까지 하는 건 ‘오버’라며 혹시 정부가 규제와 감시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단다.)

카카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디지털 서비스’로서의 책임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거야. 정부 또한 제도 정비는 물론 주요 IT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재난과 사이버 공격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테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이참에 ‘제대로’ 손봐야겠지. 또한 매번 지겹게 반복되는 우린 여야 의원들의 ‘남 탓하기’와 기업 대표 불러놓고 벌이는 ‘호통쇼’가 아닌, 자기반성과 올바른 해법을 원한다는 걸 똑똑히 알려줘야만 할 거고. 자, 그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함께 들어가볼까나~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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