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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호

교과서로 세상 읽기 9 사회계층화

'조커'를 만든 건 누구? 보이지 않는 계단, 사회계층과 불평등




‘조커 열풍’이 매섭다. 국내에서만 15일 현재까지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세계적으로도 1조 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둔 영화 <조커>는 사실 악당의 이야기다. 영웅 ‘배트맨’을 괴롭히는 악당이 어떻게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을까? 전문가들은 ‘사회계층화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에서 이유를 찾는다. 자비 없는 살인마가 되기 전, 빈곤과 차별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신음하는 조커의 모습에 보통의 현대인이 자신을 투영하는 것. 그만큼 사회계층화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도 볼 수 있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참고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




TV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공무원 시험 합격률과 가구소득이 전반적으로 비례한 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7·9급 공무원 시험을 합친 계층별 합격률은 소득 하층 17.25%, 중층 19.97%, 상층 22.85%로 소득 수준과 정비례했다. 취업난 속에서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는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공무원 시험도 계층 재생산 경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_<국민일보> 공무원시험 합격률도 소득순… “하층 17%, 중층 19%, 상층 22%” 2019. 10. 14 기사 중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불평등의 구조화 ‘사회계층화 현상’


현재 미국에서는 양극화와 계층 이슈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앞에서 말한 <조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야. 내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이 두 편의 맞대결이 예상될 정도래.


알아주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우리나라 국보급 감독의 명작. 보기 전에 기대가 한가득 생기지? 그런데 영화의 내용을 보면 웃음기가 사라질 거야. 장르 도, 소재도 다른 두 영화는 현재 전 세계적 화두인 계층 갈등과 양극화 문제를 다루고 있거든.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말야. 두 영화 모두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건 그만큼 영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며. 결국 계층 갈등과 양극화가 보편적 이슈가 됐다는 의미지.


인류 역사상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갖거나, 모두가 똑같은 사회경제적 계층이 된 적은 없어. 우리는 매일 불평등을 마주하며 살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특히 더 불행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지. 왜 그런 거냐고?


고등학교 <사회·문화> 4단원의 ‘사회계층과 불평등’을 한 번 펼쳐볼래? 사회 계층화 현상과 발생 원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을 거야. 그래~ 교과서 에서 말했다시피 사회 구성원 다수가 원하는 돈과 권력 같은 희소가치는 사회적으로 한정돼 있어. 그렇기에 각 구성원들 중에는 그것을 더 많이 선점하려 애쓰는 이가 생기지. 결국 어떤 집단은 많이, 다른 집단은 적게 가져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누군가의 위치는 높아지고 중요해지는 반면 다른 누군가의 위치는 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서열화 되는 거야. 이것이 사회계층화 발생과 불평등 현상의 요지란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고?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는 너를 위해 영화 <조 커>를 통해 설명해줄게.





다시 읽는 DNA


희대의 악당 ‘조커’를 만든 건 누구인가


어렸을 때 입양돼 학대를 당하고 쓰러져가는 아파트에서 병든 노모를 수발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한 청년이 있었어. 그는 삶의 힘겨움 속에서도 코미 디언이 되겠다는 꿈만은 놓지 않았지. 고된 하루를 마치고 평온한 밤이 오면 자신만의 ‘조크’를 고민해 만들던 성실했던 청년. 동네 아이들의 못된 장난에 속고 넘어지며 두들겨 맞아도 그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을 좋아했어. 그러나 그의 아픔과 눈물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 그는 ‘광 대’니까. 어릿광대는 사람들에게 그저 우스운 존재일 뿐이거든.


청년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어. 그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거든. 정부가 지원해주는 7가지 우울증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중이었지. 그러나 마지막 동아줄 같았던 의료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돼. 정부가 저소득 층에게 제공하던 상담과 투약 복지 예산을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만들어버 렸거든. 영화 속에서 부자로 대변되는 토마스 웨인은 이렇게 말하지. “가난한 자들은 게으르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 청년은 정말 노력하지 않았을까? 약이 끊긴 정신질환자에게 세상은 괴물과 같았어. 괴물에게 먹히느니 차라리 괴물이 되겠다고 결심한 청년. 광대 분장을 지우지 않은 채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그는 그제야 세상의 주목을 받아. 언론은 ‘KILL THE RICH’라는 헤드라인으로 그의 살인이 빈부격차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 하며 대서특필해. ‘조커’라 불리는 희대의 악당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야.


‘조커’에 빙의하는 사람들


조커를 통해 전파된 ‘KILL THE RICH’의 메시지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조커가 되기로 결심해. 광대 분장을 하고 도시 곳곳에서 폭동을 일으키지. ‘조 커’의 끝에 있는 것은 악인의 탄생이 아니 라, 새로운 사회적 아이콘의 등장이었던 거야. 우스운 존재였던 광대가 살인을 통해 폭동의 한가운데에서 환호 받는 영웅이된 거지.



영화는 한 청년이 불평등한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그물 속에서 조커로 흑화되는 과정을 이해시키지. “살면서 단 1분도 행복한 적이 없다”던 그가 “외톨이 정신병자와 그를 냉대하고 쓰레기 취급하는 사회를 합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라며 부자와 정치가들로 대표되는 기득권자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을 때 많은 이들이 ‘불편한 공감’을 느끼고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해. 기득권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사회 정의의 틀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며 관객들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불평등에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조커라는 인물은 그저 개인의 기질과 불운한 상황이 만들어낸 돌연변이일까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일까.






한걸음 더 생각하기


사회계층화 현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


동백 : 학생들을 시험 성적에 따라 줄 세우고 성적을 잘 받은 학생들에게 상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봐.

용식 : 그래도 시험 성적은 노력한 결과니까 순위를 정하고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동백 : 집안이 부유해서 사교육을 많이 받고, 부모의 지위가 높아서 다양한 견문을 쌓았기 때문에 교과 내용을 더 잘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과연 시험 성적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개인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용식 : 그렇다고 부잣집 아이가 항상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잖아. 개인이 노력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어.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니까 성적에 따라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동백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결국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렇게 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겠지. 그러니 그렇게 순위를 정하고 상을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야.


대화를 읽고 누구 편에 마음이 더 갔니? 동백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는 ‘갈등론’에 가깝고, 용식이와 같은 인식은 ‘기능론’적 측면과 가깝다고 할 수있어. 이 두 개념은 <사회·문화> 교과서에도 설명돼 있으니 참고해서 함께 보도록 하자.


갈등론자들은 사회 불평등 현상이 기득권층을 옹호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착취당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라고 여기지. 사회 불평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그 원인이 되는 사유 재산 제도 등을 없애야 한다며 주장하기도 해. 사회 불평등 현상이 존재하는 한 사회 구성원들이 최선의 활동을 하는 데 방해가 되며 결국 사회에서의 불평등 구조는 고착화된다고 보기 때문이야.


이에 비해 기능론자들은 사회 불평등 현상을 사회를 유지하는 데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단다.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능력과 업적에 따라 자원을 다르게 분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의 성취동 기를 자극하고 효율을 최대화시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거지.


불공정한 계층화 현상이 심화된다고 해서 모두가 살인자가 되거나 괴물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이를 개인의 일로만 가볍게 여긴다면 우리 사회는 조커의 탄생을 막을 수 없다.



심화된 계층화 현상이 낳을 미래는?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이들은 1999 ~2009년 사이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렸던 4명의 연쇄살인범이야. 이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모두가 가난했던 시기를 지나 경제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 시점인 1970년대 전후 태어났어. 이들이 범행을 시작한 30대는 대한민국 사상 같은 연령대 집단에서 직업군의 실질적인 격차를 가장 강하게 체감하게 된 최초의 연령대라고 해. 경쟁에서 뒤처진 그들은 자신을 ‘루저’로 여기며 세상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 거지.


영화 <조커>의 배경을 보자. 1920~1930년대 미국 뉴욕이잖아?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나라가 됐지만, 동시에 경제 대공황으로 빈민과 범죄율이 급증했었 어. 영화 속에서 조커에게 열광하며 폭동을 일으키는 시민들은 빈부격차와 상위 계층에 대한 반감,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절망을 광기 어린 분노와 폭력 으로 표출한 거야.


물론, 불공정한 계층화 현상이 심화된다고 해서 모두가 살인자가 되거나 괴물이 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어. 이를 개인의 일로만 가볍게 여긴다면 우리 사회는 조커의 탄생을 막을수 없다는 거지. 고담시의 예산 삭감으로 조커는 무료 정신과 상담마저 받지 못하게 돼. 슬퍼하는 그에게 상담사는 말하지. “아 무도 우리 같은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가 더 늦기 전에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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