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식당에서 돈이 아까워 억지로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있나요? 영화가 너무 지루해서 당장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은데도 ‘티켓값이 아까워!’라며 꾹 참고 자리를 지킨 일은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고집으로 수조 원의 나랏돈을 하늘에 날려버린 사건이 있답니다. 바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인데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 이 이야기를 통해 진짜 합리적인 선택이란 무엇인지 파헤쳐봅시다.
취재 김세희 리포터 say2sei@naeil.com
자료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리보다 빠르게 나는 비행기?!
인간의 이동 수단은 두 다리에서 마차로, 기차에서 자동차로 끊임없이 진화해왔어요. 더 빨리, 더 멀리 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빠르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로 향했죠. 냉전이 한창이었던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 유럽 국가들은 하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자존심을 걸고 손을 맞잡았고요. 그렇게 탄생한 프로젝트가 바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이었습니다. ‘콩코드’는 프랑스어로 ‘협동’과 ‘조화’를 뜻해요.
1969년 첫 비행에 성공한 콩코드는 날렵하게 빠진 삼각형 날개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아래로 꺾이는 독특한 앞코를 가진, 마치 미래 도시에서 온 듯한 눈부신 비행기였습니다. 성능은 그야말로 혁명이었어요. 일반 여객기가 시속 800~900km로 날 때, 콩코드는 그 두 배가 넘는 마하 2.04(시속 약 2,179km)의 속도로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날았죠.
콩코드가 일반 비행기로 7~8시간 걸리던 런던-뉴욕 노선을 단 3시간 30분 만에 주파하면서, 아침에 런던에서 회의하고 뉴욕에서 점심을 먹은 후 저녁에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삶도 가능해졌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경이로운 비행기를 보며 열광했어요. 어떤 선택을 통해 얻는 이득이나 주관적인 만족감을 ‘편익’이라고 하는데, 콩코드가 가져다줄 편익은 정말 커 보였죠.
편익 뒤에 숨겨진 ‘진짜 비용’
한데 콩코드가 화려한 비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명성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보다 빠르게 하늘을 날기 위해 설계된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 됐죠.
첫째로 콩코드는 소음 공해가 심각했습니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공기 분자가 압축되면서, 지상에는 천둥이 치는 듯한 엄청난 충격음이 발생했어요. 이 소음 때문에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콩코드의 영공 통과를 금지했습니다. 결국 콩코드는 소음 피해가 없는 대서양 위로만 다녀야 했고, 갈 수 있는 도시는 런던, 파리, 뉴욕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었죠.
두 번째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연료 소비였습니다. 콩코드가 빠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 비행기보다 무려 3배가 넘는 항공유가 필요했어요. 게다가 날렵한 유선형 몸체를 유지하느라 내부 좌석 수가 적어져 승객을 겨우 100명밖에 태우지 못했습니다. 기름은 많이 드는데 태울 수 있는 승객은 적으니 비행기 푯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결국 비행기를 띄우면 띄울수록 어마어마한 적자가 누적됐어요.
무서운 매몰비용의 늪
사실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콩코드 개발 단계에서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며 경고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개발을 멈추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개발을 멈추지 않았어요. 오히려 국가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쏟아부었죠. 그들이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 비행기를 연구하고 공장을 짓는 데 쓴 돈이 얼마인데! 여기서 포기하면 그 돈은 공중으로 사라진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아까워한 엄청난 돈은 사실 ‘이미 지출했기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다시는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입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불러요.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sunk) 다시는 건져 올릴 수 없는 보물선처럼, 이미 사라져버린 돈을 의미하죠.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과 추가적인 비용만을 냉정하게 비교해야 해요. 한데 사람들은 가끔 지금까지 쏟은 돈과 노력이 아까워서 손해를 볼 것이 뻔한데도 고집을 부리곤 하죠. 이처럼 매몰비용에 집착하느라 더 큰 손해를 자초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의 함정’ 또는 콩코드 비행기 사례를 따서 ‘콩코드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콩코드는 결국 어떻게 됐냐고요? 양국 정부는 적자를 보면서도 억지로 운항을 이어갔어요. 그러다가 2000년에 참혹한 추락사고를 겪었고, 결국 콩코드는 2003년에 퇴역하고 말았습니다. 매몰비용의 함정, 정말 무섭지 않나요?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