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씨는 어릴 적부터 플라스틱 부품을 조립해 모형을 완성하는 프라모델(Plastic Model)에 관심이 많았다. 자동차와 항공기, 다양한 건축물을 만들며 구조와 모양을 살폈고, 자연스럽게 산업디자이너라는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꿈은 확고했다. 한데 고교 입학 후 다양한 독서와 탐구 활동을 통해 공학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매력을 느끼면서 로봇공학자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ldy@naeil.com
사진 배지은
사고 넓혀준 독서
고교 3년간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 자율동아리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다. 평소 독서를 즐겼기에 ‘책이 주는 기쁨’이라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관심 있는 책을 자유롭게 읽으며 호기심과 궁금증을 키웠고, 관련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다. 고1 때 <미래를 바꾼 사람들: 세계적 인물 30인>을 읽으며 좋아하는 소설 <해리 포터>를 쓴 J·K 롤링의 삶을 깊이 들여다봤다. 수많은 좌절과 절망을 딛고 자신만의 상상력을 작품으로 펼쳐낸 그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게 됐다. 동시에 소설을 즐기면서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관심이 갔고, ‘창의적인 사고에도 체계적인 방법이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답을 찾다 <창의적이며 합리적인 생각의 기술, NEURON WORKS>를 읽게 됐다.
“책에서는 뇌의 신경망이 뻗어나가는 것처럼 생각을 시각화하고 확장하는 사고 맵 확장 기법을 소개해요. 흔히 창의성은 막연한 영감이나 천재성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강한데, 목적에 맞는 확실한 규칙과 훈련을 통해 누구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 흥미로웠어요. 이후 이 책에서 소개한 사고법을 여러 탐구 활동에 적용해보니 놀랍게도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이 한결 수월해지더라고요.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죠.”
수업 시간에 새로운 개념을 배우거나 더 깊이 알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관련 서적을 직접 찾아 읽었다. 1학년 때 <수학> 수행평가를 준비하며 읽은 <되살아나는 천재 아르키메데스>가 대표적이다. 귀류법으로 원뿔의 부피를 하나씩 증명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수학은 이렇게도 증명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논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때부터 새로운 개념을 배우면 ‘왜 그럴까’ 더 깊이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책과 함께했다. 2학년 때 에세이 <공학의 실존적 기쁨>을 읽고 공학이 단순히 기계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지식을 융합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중에서도 기계·전자·인공지능 기술이 집약된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학기 말 수업량 유연화 활동 시간에 영화 <아이, 로봇>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과 인간과의 공존 가능성’을 주제로 탐구했다. 아시모(ASIMO)와 휴보(HUBO), 인간과 소통하는 로봇 나딘(Nadine) 등을 살펴보며 기술의 발전 과정과 활용 가능성을 이해하고, 로봇 윤리와 인간과의 공존 문제까지 고민했다. 이를 통해 휴머노이드가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을 확장하며 휴머노이드 로봇공학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고교 3년 동안 틈만 나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소설부터 에세이, 인문·과학 전문 서적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었죠. 돌이켜보면 단 한 권도 지금의 저에게 영향을 주지 않은 책이 없어요. 요즘도 수많은 전공 서적 속에서 틈틈이 호기심을 좇아 다양한 독서를 즐기고 있어요. 최근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소설 <급류>예요. 인물들이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선택해나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죠.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궁금증을 확장해 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것도 모두 책이었어요.”
적극적인 과목 선택으로 탐구 역량 쌓아
모교인 대구 경신고는 학생의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선택 과목을 제공했다. 자연 성향 학생이 선호하는 수학·과학 심화 과목도 폭넓게 운영했다. 덕분에 <미적분> <기하> <물리학Ⅰ·Ⅱ> <생명과학Ⅰ·Ⅱ> <화학Ⅰ> <지구과학Ⅰ> <물리학실험> <융합과학탐구> <심화수학ⅠⅡ> <공학일반> <사회과제연구>를 이수했다. 공학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면서, 로봇공학의 다양한 융합 분야를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특히 <물리학Ⅱ>에서는 전자기 단원을 학습하며 전자기 유도가 로봇의 움직임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관심을 갖고, 로렌츠 힘을 이용한 모터 구동과 회생 제동의 원리를 탐구했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이 자기장 속에서 힘을 받아 모터가 회전하는 과정을 로봇의 움직임과 연결해 이해하고, 모터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전기를 다시 에너지로 활용하는 회생 제동의 원리도 살펴봤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로봇을 구동·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했다. 특히 로봇의 지능을 구현하는 AI뿐 아니라 실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모터와 에너지 회수 과정까지 물리학적 원리로 이해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됐다.
목표 대학 향해 뚝심으로 전진!
고3을 앞두고 자연 계열 상위권 친구들까지 이른바 ‘사탐런’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2학년 때까지는 가장 자신 있었던 <화학Ⅰ>과 흥미 있었던 <생명과학Ⅰ>을 수능 선택 과목으로 염두에 뒀지만, 모의고사를 통해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요동치는 경험을 하며 불안해졌다. 고민 끝에 <물리학Ⅰ>과 <지구과학Ⅰ>로 방향을 바꿨다.
“과학탐구는 공부량이 많고 수능에서 불리할 거라는 주변의 우려도 컸지만, ‘사탐런’은 애초에 제 선택지엔 없었어요. 공대생을 꿈꾼다면 이게 맞다고 굳게 믿었죠. 특히 목표로 삼은 한양대 기계공학과 종합전형 면접형은 제시문 기반 면접을 실시하는데, <미적분>과 <기하>뿐만 아니라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까지 출제 범위였어요. 수능 이후엔 면접을 위해 과학 Ⅱ과목 공부에 매진했어요. 내신 공부를 개념 위주로 하고, 모르는 부분은 인강을 들으며 하루 12시간씩 2주간 파고들었어요. 심화 과목까지 충실히 공부하며 쌓은 힘이 결국 면접에서 빛을 발해 합격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2학년/
<수학Ⅱ> 로봇공학에 활용되는 3D 프린팅 기술에 미분과 적분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주제 탐구 활동을 진행함. 3차원 물체를 얇은 단면으로 나누어 각 층의 형태와 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미분의 개념을, 이렇게 나눈 단면을 한 층씩 쌓아 입체적인 물체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적분의 원리를 이해함. 이를 통해 수학에서 배운 미분과 적분이 실제 로봇의 부품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과 연결될 수 있음을 확인함
/3학년/
<문학과 매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감상한 뒤, 휴머노이드 로봇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관련 내용을 조사함. 전문 학술 자료인 ‘로봇 감정 표현을 위한 동작 제어 알고리즘’을 찾아보고, 로봇의 움직임을 특정 시점별 자세로 설정하고 그 사이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키프레임 방식을 심층적으로 이해함. 각도와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서보모터를 활용해 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감정을 더욱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함 <독서> 기계공학 진로를 명확히 설정하고, 에세이 <공학의 실존적 기쁨>을 읽음. ‘공학은 피상적으로 보는 사람에게만 피상적으로 보일 뿐이다’라는 구절을 통해 공학의 본질적 가치와 자아실현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공학자로서 갖춰야 할 내적 동기를 확립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Ⅱ> 단순한 계산이나 문제 풀이보다 여러 생명 현상이 어떤 원리와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지 깊이 있게 공부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특히 한양대 제시문 기반 면접에서 <생명과학Ⅱ>와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서, 고교에서 심화 과목까지 충실히 공부한 의미를 실감했다.
▒ <미적분> 가장 자신 있고 흥미를 느낀 수학 과목이다. 고교에서 미적분의 개념과 문제 해결 과정을 탄탄하게 익힌 덕분에 대학 진학 후 변화량과 운동을 수식으로 다루는 전공 수업을 수월하게 이해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미적분이 단순한 입시 과목이 아니라 공학의 여러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기본 도구라는 점을 실감했다.
▒ <공학일반> 공학의 기본 원리와 다양한 기술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고, 이를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해볼 수 있기에 선택했다. 교과서 중심의 이론 학습에 그치지 않고 구조물 제작 등 다양한 실습 활동을 통해 공학적 사고와 설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스파게티 면으로 구조물을 만드는 활동처럼 손으로 직접 만들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_ 꿈이음공동체활동/
“모교의 ‘꿈이음공동체활동’은 관심 분야가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한 뒤 결과를 발표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첨단 공학 기술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에 관심을 갖고, 반도체 기술이 공학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했어요. 특히 다양한 강연과 학술 자료를 직접 찾아 연구 내용을 비교·분석하면서, 하나의 기술을 개별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여러 공학 기술의 연결 관계 속에서 이해하게 돼 의미 있었어요.”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