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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호

이야기로 이해하는 <통합과학> | DNA와 단백질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중나선

1869년 스위스의 의사 프리드리히 미셔가 DNA를 발견한 후, 84년이 지난 1953년에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혀냈어요. DNA 구조를 통해 DNA의 복제 메커니즘과 유전 전달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거죠. DNA라는 물질이 발견된 뒤부터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지기까지, 긴 시간 동안 어떤 연구가 이어졌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취재 최은정 리포터 lagom@naeil.com
자료 스타 라이브러리, 고등과학원 Horizon




DNA와 단백질의 공통점

DNA는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의 영어 약자예요. 당·인산·염기가 1:1:1로 결합된 물질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핵산이죠. ‘핵산’은 세포핵에서 발견한 ‘산’이라는 뜻이에요. DNA는 다른 핵산인 RNA보다 산소 원자가 하나 적은 당을 갖고 있어서, ‘적다’라는 의미의 접두사 ‘de’가 ‘산소(oxygen)’ 앞에 붙여진 거죠.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단위체들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이어진 물질이에요. 이때 물 분자 하나가 빠져나오면서 결합이 이뤄지죠. DNA와 단백질은 모두 생물체 안에 존재하며, 탄소를 포함한 화합물인 ‘탄소화합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DNA는 왜 바로 유전물질로 인정받지 못했을까

1869년, 의사 프리드리히 미셔는 환자 붕대에 묻은 백혈구에서 핵을 분리해 어떤 물질을 발견했어요. 인(P)을 많이 포함한 이 물질은 세포핵에서 찾았다는 뜻에서 ‘뉴클레인’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당시에는 유전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어요. 1928년, 폐렴 백신을 연구하던 영국의 프레더릭 그리피스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어요. 독성이 있는 균 a와 독성이 없는 균 b 사이에 어떤 정보가 전달되면, b균이 a균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한 거예요. 심지어 a균이 죽은 상태에서도 이런 변화가 일어났어요. 다만 무엇이 그 역할을 했는지는 끝내 밝히지 못했죠.

16년 뒤인 1944년, 미국의 오즈월드 에이버리는 그리피스의 실험을 한 단계 발전시켰어요. 죽은 a균에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분해해도 b균은 여전히 a균으로 바뀌었지만, DNA를 분해하자 그 변화가 멈췄어요.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답을 내릴 수 있는 실험이었죠. 그런데도 에이버리 본인뿐 아니라 이 실험을 접한 과학자들도 선뜻 그 주장을 펼치지 못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DNA를 이루는 염기는 고작 4종류예요. 반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20여 종이나 되고 그 종류·수·연결 순서에 따라 매우 다양한 단백질이 만들어져요. 과학자들은 “이렇게 단순한 DNA로 생물의 다양한 형질을 어떻게 담을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유전정보의 저장고, DNA

1952년, 미국의 앨프리드 허시와 마사 체이스는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실험을 설계했어요.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외부는 단백질, 내부는 DNA로 이루어져 있어요. 두 연구자는 단백질에 포함된 황(S)과 DNA에 포함된 인(P)을 각각 동위원소로 표지해 추적했죠. 동위원소란 같은 원소지만 질량이 달라 특정 물질을 구별하고 추적하는 데 쓰이는 걸 의미해요.

동위원소로 DNA와 단백질을 각각 표지한 박테리오파지를 대장균에 감염시킨 결과, 세포 안에서는 DNA만 발견됐고 단백질은 세포 밖에 남아 있었어요. DNA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세포 안으로 들어간 거죠. 이를 통해 DNA가 유전물질임이 증명됐고, 과학계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 과학자들의 관심은 DNA의 구조로 옮겨갔어요. 박테리오파지 실험 다음 해인 1953년, 미국의 제임스 왓슨과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이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동 연구를 통해 DNA가 이중나선 구조임을 밝혀냈어요.

DNA는 두 가닥이 마주 보며 지퍼처럼 맞물린 구조예요. 구조 자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안쪽에 배열된 염기의 순서에 따라 복잡한 유전정보를 저장할 수 있죠. 염기끼리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꼭 맞는 ‘상보적 결합’을 이루고 있어요. 평소에는 염기가 안쪽에서 보호되다가 복제할 때는 두 가닥이 지퍼가 열리듯 분리돼요. 그러면 한 가닥의 염기 배열만으로도 정확하게 복제가 이루어지는 거예요.


네 가지 염기가 만든 무한한 조합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1953년, DNA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어요. 사실 DNA의 염기가 4종류라는 사실은 이보다 훨씬 앞선 1800년대 후반, 독일의 생리학자 알브레히트 코셀이 이미 밝혀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고작 4개의 염기로 복잡하고 다양한 유전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컸고, 훨씬 복잡한 단백질이 유전물질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1940년대에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공학이라는 다른 영역의 학문과 사회적 분위기가 과학계에도 영향을 준 거예요. 컴퓨터가 0과 1, 단 두 가지 숫자만으로 방대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듯이 4개의 염기조합으로 다양한 유전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어요.

100여 년에 걸친 연구가 결실을 맺고 생명공학 발전의 토대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 덕분이에요. 하지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기술의 발전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과학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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