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신나는 날, 생일. 아이의 생일이 돌아오면 '엄마 아빠, 낳아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기대하지만 어디까지나 부모의 기대일 뿐! "오늘 주인공은 나야 나~~" 다양한 생일 풍경을 소개합니다.
글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생일은 축하한다만…
동상이몽(同床異夢)
아들은 어릴 적엔 생일 일주일 전부터 생일날 먹고 싶은 '엄마표' 음식을 주문했어요. 김밥에 닭튀김에 온종일 바빴죠.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생일인데 저녁에 뭐 해줄까?"하고 물으니 "친구들이랑 햄버거집에서 파티하기로 했어"라는 짧은 답이 돌아옵니다. "그래, 이제 다 컸네"라고 말하면서도 처음으로 한가한 아들 생일이 낯설기만 합니다.
어머니, 왜 저를 어버이날에 낳으셨나요?
우리 집 첫째의 생일은 어버이날이에요. 말 그대로 어버이날에 받은 소중한 선물이었죠. 한데 아이는 그날의 주인공이면서 어버이날을 챙겨야 하는 처지이죠. 생일이면 묘한 협상이 벌어집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분홍 카네이션 드릴 테니 케이크는 민트초코로!" 또 어느 생일엔 "아빠가 좋아하는 선물 준비했어요. 대신 제 선물은 현금으로 부탁해요". 덕분에 남들보다 일찍 깨달은 것 같아요. 인생은 결국, '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사실을. ^^
하필 중간고사 기간이 생일인 아들
아들 생일은 10월 중순이라 중·고등학교 내내 생일이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었어요. 생일인데도 학원 수업이 끝나고 밤이 되어서야 가족과 케이크를 잘랐고, 미역국도 '시험에 미끄러진다'라는 속설 때문에 끓여주지 않았어요. 생일보다 시험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컸고요. 그러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받은 카카오톡 선물이 집으로 배달되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구나!'하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나에게 와줘서 고마운 아이의 생일, 올해는 온 마음으로 축하해줄게!
이젠 바꿔야 할 '생일 쿠폰'
중3인 우리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 아빠의 생일 선물과 별도로 '생일 쿠폰'을 받았어요. 바로 '12시까지 TV 무한대 시청 쿠폰'입니다.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선물보다 더 기대하더군요. 게다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자체적으로 '유튜브 무한대 쿠폰'으로 바꿨어요. 아무리 생일이라지만 정말 자정까지 알뜰하게 쿠폰을 쓰는 딸아이를 보면 마음이 부글부글합니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새로운 협상'이 필요할 듯합니다.
내가 바라는 '레터링 케이크'는 …
고3인 딸아이에게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니 자기 이름이 들어간 레터링 케이크라더군요. 열심히 공부하는 딸아이를 위해 엄마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레터링 케이크를 준비하려고 색색가지 초콜릿 레터링 팬을 샀어요. 그런데 딸아이가 "엄마, 친구들이 그러는데 '예쁘당케이크' 레터링 케이크가 그렇게 예쁘대~ 나도 거기서 해줘"라며 딸의 최애 캐릭터 시나모롤을 넣어달라는 요구까지 야무지게 합니다. "아하~ 엄마표 레터링 케이크가 아니었구나~" 딸이 대답 대신 멋쩍게 웃네요.
/Reporter's NOTE/
아이가 태어나던 날, 손가락 발가락과 개수를 확인하며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간절히 소망했던 기억, 다들 있을 거예요. 초심으로 돌아가 '엄마 아빠의 아들딸로 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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