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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호

일상톡톡

엄마도 예열 중

집 근처 대형 학원 건물 외벽에는 수능 디데이 숫자를 표시하는 LED 간판이 붙어 있어요. 어두운 밤, 그 숫자가 어찌나 또렷한지…. 성큼 다가온 수능에 수험생 학부모도 예행연습이 한창입니다. 고3 수험생 엄마의 일상을 공유해봅니다.

글·사진 정은경 리포터 cyber282@naeil.com




/고3 수험생 엄마의 금지어/





첫째의 수험 생활을 함께하면서 잔소리를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옵니다. 어릴 적엔 엄마에게 유치원 준비물을 살뜰하게 알려주던 꼼꼼한 아들이었는데, 지금은 우산을 잃어버리고, 보온병을 학교에 놓고 오는 등 ‘깜빡깜빡’하는 일이 잦아요. 어쩌다 들춰본 가방은 버리지 못한 간식 포장지, 아코디언처럼 구깃구깃 접힌 안내문으로 가득 차 쓰레기통인지 가방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잔소리가 혀끝까지 차오르지만, 수능이 코앞인 요즘엔 그냥 삼킬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잔뜩 예민해진 아이는 제게 “고3이 그래도 돼?” “안 일어나니?” 같은 말은 절대 하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같은 말 두 번 반복하지 않기’도요. 덕분에 ‘참을 인’자만 새기는 요즘입니다.

금지어는 그뿐만 아닙니다. 고3 엄마들은 ‘떨어진다’라거나 ‘미끄러진다’와 같은 시험의 당락과 관계된 단어는 모두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가을 낙엽을 보고도 “나뭇잎이 땅에 딱 붙어 있네”라고 돌려 말한대요. 최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단어만 쓰는 연습까지 한다니, 엄마들의 간절한 응원이 아이들에게 힘이 되길 바랍니다.



/새벽 기상 극한 훈련/




얼마 전, 첫째 아이는 고3 2학기 중간고사를 치렀어요. 졸업한 선배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고3 2학기 내신을 안 챙긴 것이라고 하더군요. 만에 하나 재수를 하게 되면 이때 놓아버린 내신이 재도전의 발목을 잡는다고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 와중에 코앞까지 다가온 수능 공부까지 병행해야 하니 아이가 배로 힘들어하더라고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능 모드 돌입은 시험 후에야 시작했어요. 수능이 8시 30분에 시작되다 보니, 수험생들은 수험장 이동과 입실 등을 위해 수능 당일 6시에 기상하는 편이에요. 보통 한두 달 전부터 기상 시간을 훈련하죠. 엄마들은 도시락 준비에 아이 기상까지 챙겨야 하니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요. 아이의 잠투정을 받아주는 건 덤! 최상의 시험 컨디션을 위해서라지만 아침마다 전쟁 같은 ‘극한 훈련’이 쉽진 않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조금만 더 같이 고생해야겠죠~.



/‘깜빡’은 없다! 준비물·필기구 챙겨두기/




수능이 코앞이라 시험장에서 쓸 물건을 미리 구매해두었어요. 아이가 평상시 쓰는 0.5B 샤프심, 부드럽게 지워지고 찌꺼기가 적게 나오는 검은색 지우개, 평소 복용하는 해열제·두통약·소화제 등과 인공눈물, 점심 식사 후 사용할 치약과 칫솔까지…. 낯선 수험장에서 지난 시간을 한 번에 평가받는 시험의 긴장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죠. 긴장감에,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하기 쉽고요. 익숙한 물건들이 아이의 긴장감을 낮춰주길 바라며 하나하나 준비해두니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혹시 빼 먹거나 시험장에서 문제가 될 물건이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어요.



/긴장 안 하는 법 없나~/

학교 시험도 긴장되는데, 수능은 얼마나 떨릴까요? 갑자기 시야가 흐려져 시험지를 못 읽거나 듣기 평가 때 이명 현상이 왔다는 후일담을 들으니 등골이 서늘하더라고요. 곧 수능을 볼 첫째 아이가 걱정돼 “시험 볼 때 떨리면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봤어요. 돌아온 답은 의외로 담담하고 명쾌했습니다.
“실력만큼 보자고 생각하면 하나도 안 떨려. 실력보다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떨리는 거야.”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컸더라고요. 바로 맞장구치며 “수능까지 그 마음으로 실력을 높여보자”라고 했더니 표정이 안 좋아졌지만요.(웃음) 아이가 부디 지금처럼 수능 당일에도 담담하게 제 실력을 펼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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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CHAT | 일상톡톡 (2025년 10월 29일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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