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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호

유쾌발랄 우리학교

‘쌀포대’ 대신 ‘쓰레기봉투’여도 괜찮아

취재 조나리 기자 jonr@naeil.com
도움말·사진 최호석 교사(서울 은평메디텍고등학교)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이 지난 올해엔 학교마다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죠. 그중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체육대회일 텐데요. 서울 은평메디텍고도 3년 만에 체육대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것도 설레지만 다른 이유로 더 특별한 추억이 됐다고 하는데요. 따끈따끈한 은평메디텍고의 유쾌발랄한 소식 들어볼까요?

“작년에도 코로나19로 많이 어려웠잖아요. 대규모 행사를 하긴 힘들었죠. 그렇다 보니 운동회를 학급별로 했어요. 올해는 고민을 했는데, 체육과 선생님들과 학생회, 교내 스포츠클럽 학생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죠. 학생들이 운동회에 많이 목말라 있었어요. 그래서 결정했죠. ‘크게 한 번 하자!’라고요.”

그렇게 결정된 은평메디텍고의 체육한마당. 1~3학년이 모두 한날한시에 운동장에 모여 체육대회를 즐겼는데요. 400여 명 전교생 모두가 한 명도 빠짐없이 최소 한 종목 이상은 참여하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답니다. 체육과 최호석 쌤은 종목 선택부터 대회 마지막까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학생들과 논의했다고 합니다. 학생이 주가 되는 체육대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죠.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당초 체육대회 예정일이었던 11월 3일은 이태원 참사로 국가애도 기간이었죠. 주민들의 민원도 있었고요. 결국 체육대회는 한 주 뒤로 연기됐습니다.

“학교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체육대회를 한다고 하니 민원이 있었어요. 이태원 참사로 국민 모두가 비통한 때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취소하기에는 학생들이 많이 아쉬워했어요. 체육대회는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거든요. 결국 아파트단지에 공문을 돌려 양해를 구했어요.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번 행사가 더욱 특별한 것은 전교생이 모두 참여한 체육대회였기 때문인데요. 한 사람당 최대 세 종목까지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에 관심이 많지 않은 학생들도 줄다리기나 단체줄넘기에는 적극 참여했기 때문에 전교생 참여율이 100%라고 하네요. 그래서였을까요. 10개 이상의 종목을 준비했지만 시간 관계상 3인 1조 이어달리기와 피구 경기는 못했다고 합니다.

일부 학급에서는 자발적으로 단체복을 맞췄다고 하는데요. 환자복이나 소방복, 무예 복장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번뜩이네요. 잠깐! 운동회에서 빠질 수 없는 이벤트 중 하나는 바로 쌤들의 참여겠죠? 두 사람의 한쪽 다리를 묶어서 달리는 2인 3각 달리기와 팔씨름,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등의 종목은 학생과 쌤들이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에피소드가 참 많은데요. 장애물 이어달리기에 사용할 소재가 없어서 부랴부랴 만들기도 했다죠. “다리를 쌀 포대에 넣고 점프하면서 목적지로 가야 하는데 대회 당일까지 쌀 포대를 구하지 못했어요. 결국 쓰레기봉투를 사용했어요. 그럼에도 재밌었습니다. 과거에는 체육대회가 체육과 주도로 기획됐어요. 학생들도 반에서 몇몇 운동 잘하는 친구들만 참여하는 식이였죠.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열고 싶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체육대회가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행사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이번 행사가 그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jonr@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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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나리 기자 jonr@naeil.com
  • 유쾌발랄 우리학교 (2022년 11월 30일 10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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