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표에서 확인하려면?
학교별 교육과정 편성표를 비교해보면 동일 과목을 A학교는 1학기에 4단위로 운영하지만, B학교는 1~2학기에 걸쳐 각 3단위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과목 선택이 가능한 개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일수록 학기 이수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안정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일수록 1~2학기에 걸쳐 배우는 학년 이수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기존 교육과정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학기제로 운영하는 과목이 증가했다. 고교별로 운영 방법에 차이를 두는 이유와 그 차이에 따른 효율성을 살펴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김용진 교사(서울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
진동섭 이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
참고 <2015 고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초보맘의 SOS!
지난번 기사로 기준 단위와 운영 단위를 정확하게 알고 나니 이제 교육과정 편성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과목의 운영 단위는 같은데 어떤 과목은 1~2학기에 걸쳐 수업하고 어떤 과목은 한 학기에만 수업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예를 들어 <기하>는 4단위로 2학년 1학기에 편성돼 있는데 <지구과학>은 4단위로 1~2학기에 걸쳐 2단위씩 편성돼 있거든요. 학교 재량으로 1년에 배울 과목과 한 학기에 배울 과목을 정할 수 있는 건가요?
학기·학년 이수는 교육 환경 고려해 편성
보통 과목 선택 폭이 자유로운 고교의 특징을 보면 운영 단위가 같은 과목이 많다. 운영 단위가 같아야 선택 과목 그루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 개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선택 가능한 과목의 운영 단위를 4단위로 하면서 한 학기만 배우게 편성하는 것이다. 보통 교육과정 편성표를 보면 3~4단위는 주로 한 학기에 편성하지만 5~6단위는 두 학기에 걸쳐 편성한다. 고교에 따라 4단위인 과목은 한 학기에 운영하기도 하고, 2단위씩 두 학기에 걸쳐 편성하기도 한다.
서울 동대부여고 김용진 교사는 “집중 이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학기 이수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사실 학교 입장에서는 학기보다 학년 이수 과목 편성을 선호하는데, 이는 교육과정이나 시간표를 구성하기 쉽고 안정적으로 교원을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확률과 통계>를 A고는 4단위로 3학년 1학기에만 운영하는가 하면, B고는 2학년 1학기와 2학기에 2단위씩 1년 동안 운영하고, C고는 2학년 1학기에 3단위로 운영하기도 한다. 어떤 편성표가 더 옳고, 좋으냐를 따지기는 어렵다. 학교 분위기, 교사 수급 현황, 입시 실적, 학생들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육과정 편성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 규정 없어져
고등학생은 3년 동안 교과 180단위, 창의적 체험 활동 24단위를 포함해 204단위를 이수해야 한다. 교과 이수 단위만 놓고 보면 학기별로 30단위를 이수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별로 학생의 부담은 줄이면서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편성하기 위해 과목에 따라 학년제 또는 학기제를 운영한다. 기초 교과 영역인 국어, 수학, 영어는 대다수 고교가 4단위로 운영하고, 사회나 과학 교과는 4단위 또는 학기당 2~3단위로 운영한다. 고교에 따라 8~10과목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교사는 “체육과 예술 교과를 제외하고 학기당 이수 교과목 수를 8개 이내로 편성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지난 12월 27일 자로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일부 개정되면서 과목 수 규정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참고로 총론에는 “학습 부담을 고려하고 의미 있는 학습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기당 이수 과목 수를 적정하게 편성한다”라고 표기돼 있다.
학년·학기 이수제, 학업 부담은?
기준 단위가 5단위인 과목을 한 학기에 4단위로 배우면 아무래도 수업 진도가 빠르고 학습량이 많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라면 한 학기에 밀도 있게 공부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반면 학기에 2단위씩 편성한 경우라면 과목당 학습량은 줄었지만, 대신 공부할 과목 수가 증가할 것이기에 이 역시 학습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이사는 “학생의 과목 선택 기회 확대와 앞으로의 고교학점제 측면에서 보면 학기 이수제가 여러 면에서 적합하다. 학년제로 운영할 경우 1년 동안 같은 과목을 배워야 하므로 아무래도 과목 선택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학년 이수제로 운영하는 과목은 1학기에 해당 과목을 선택하지 않으면 2학기에는 선택할 수 없어 선택의 제한이 큰 게 사실이다. 학생들은 두 학기에 걸쳐 배우는 학교에 비해 학업 부담이 크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예전보다 학습량이 감소한 상태라 생각보다 학업 부담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김 교사는 “실질적인 선택 과목 수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좀 더 다양한 과목 선택의 기회 측면에서는 학기제가 더 효율적이다. 보통 국어, 영어, 수학 교과는 배워야 하는 과목 수가 많아 한 학기 이수로 운영하는 반면 탐구 과목은 학년 이수를 선호하는 학교가 많은 편이다. 이는 과목과의 연계성이나 수능 준비 측면에서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Ⅰ>을 2학년 1학기에 듣고, <생명과학Ⅱ>를 3학년 1학기에 듣는다거나, <생명과학Ⅰ>을 2학년 1학기에 들었는데 수능에서 선택한다면 학업의 연속성이나 수능 준비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교육과정의 취지를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능이라는 입시가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A고와 B고의 탐구 과목 운영 방법 차이 들여다보기
실제 두 학교의 탐구 영역 편성표를 보자. A고는 탐구 영역을 6단위로 운영하면서 2학년 1학기와 2학기에 3과목을 선택하도록 편성했다. 따라서 A고 학생들은 2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같은 과목으로 3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반면 B고는 탐구 영역을 4단위로 운영하는데, 학기당 두 과목을 선택한다. 2학년 1학기와 2학기에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2학년 1년 동안 탐구 영역에서 4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