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경복고의 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개편된 수능이 처음 실시되는 2028학년 대입은 선발 구조 자체는 큰 변화 없이 기존 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부 지표에서는 수능 비중이 줄고 학생부 기반 평가가 확대되는 흐름이 확인되면서 '겉은 유지, 속은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30일 발표한 '2028학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전체 모집 인원은 34만8천789명으로 전년보다 3천72명 늘었다. 이 가운데 수시 모집은 28만1천895명(80.8%), 정시 모집은 6만6894명(19.2%)으로 집계됐다.
수시 80% 고착, 정시 축소 지속
수시 비중은 전년보다 0.5%p 늘고 정시는 같은 폭으로 줄었다. 변화 폭은 크지 않지만 대입 구조가 여전히 수시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교협도 "개편안 적용 첫해지만 전체 선발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전형 유형별 구조 역시 유지됐다. 수시에서는 학생부 위주 전형이 86.0%, 정시에서는 수능 위주 전형이 92.4%를 차지했다.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이라는 기존 이원 구조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세부 수치에서는 방향성이 분명하다. 학생부 위주 전형은 4천628명 늘어난 반면 수능 위주 전형은 1천416명 줄었다. 수능 위주 선발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학생부 기반 평가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은 늘고 수능 전형은 감소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에서 학생부 전형의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나 지역 대학의 학생부 중심 선발 강화 흐름이 이어졌다. 다만 수도권은 종합전형, 비수도권은 교과전형 중심으로 확대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회통합전형과 지역균형전형의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기회균형전형 선발 인원은 3만7천752명으로 428명 늘었고 수도권 대학의 지역균형 선발도 724명 증가했다. 성적 중심 선발에서 벗어나 사회·지역 균형을 강화하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결과다.
수능 개편에도 대학 선발 구조 유지
입시 일정은 기존 틀을 유지한다. 수시 모집 원서 접수는 2027년 9월, 정시 모집은 2028년 1월에 진행된다. 이처럼 선발 구조는 유지됐지만 평가 환경 자체는 크게 바뀐다. 수능에서 선택 과목이 폐지됨에 따라 수능의 변별력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들이 2028 시행계획에서 큰 변화를 피한 것 역시 이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교육과정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선발 방식까지 급격히 바꾸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능 개편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존 선발 구조를 유지하려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번 시행계획은 '구조 유지 속 방향 전환'으로 요약된다. 외형상 변화는 제한적이지만 수능의 영향력은 줄고 학생부 기반 평가는 강화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한편 대교협은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주요사항' 자료집을 대입 정보 포털 홈페이지에 게재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3천548명 확정… 국립대 중심 490명 증원
2027학년 의과대학 정원이 3천548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비수도권과 국립대를 중심으로 정원이 확대되면서 지역의사제 도입이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교원 확보와 실습 인프라 등 교육 여건 문제가 여전히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교육부는 최근 2027~2031학년 의대 학생 정원을 사전 통지안과 동일하게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전 통지 이후 일부 대학이 의견 제출과 이의신청을 했지만, 배정위원회 검토를 거쳐 모두 수용되지 않았다.
정원이 확정되면서 각 대학은 5월 안으로 학칙을 개정하고 2027학년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간다. 이후 절차가 마무리되면 2027학년 입시부터 지역의사선발전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증원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027학년 정원은 2024학년 3천58명보다 490명 늘어난 3천548명이다. 2028~2031학년에는 매년 613명씩 증원된다.
대학별로는 국립의대와 지역 대학에 증원이 집중됐다. 강원대와 충북대가 각각 39명으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전남대와 부산대는 각각 31명, 제주대 28명, 충남대 27명, 경북대 26명, 경상국립대 22명, 전북대 21명 등의 순으로 증원이 이뤄졌다.
권역별로도 편차가 나타났다. 2027학년 기준 부산·울산·경남이 97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이 각각 72명, 강원 63명, 광주 50명, 충북 46명, 전북 38명, 제주 28명 순이며 경기·인천은 24명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교육부는 국립의대와 소규모 의대를 우선해 정원을 확대하는 원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여건과 교수 구성, 시설, 교육 계획, 졸업생의 지역 정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교육 여건과 증원 규모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학교육 평가에서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은 대학도 상당한 증원이 이뤄진 사례가 확인되면서 배정 기준의 적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체험 학습 위축 원인 놓고 갈등 확산
학교 현장에서 소풍과 수학여행 등 현장 체험 학습이 위축된 배경을 두고 '교사 책임 구조'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교사 면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원단체는 "문제의 본질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국가 보호 부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29일 현장 체험 학습 중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소송 대응 지원과 배상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제 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이번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요즘은 소풍도, 수학여행도 잘 가지 않는다, 안전사고 시 책임 부담 때문에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교원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교사들이 체험 학습을 기피하는 이유는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발언 취지를 재정리했다. 청와대는 같은 날 "현장 체험 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라며 "법 개정은 현장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를 거쳐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5월 중 교사 면책권 강화를 포함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법령 정비와 함께 보조 인력 확대, 체험 학습 업무 경감, 메뉴얼 간소화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면책 확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사고 책임 구조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형사책임 부담이 지속될 경우 체험 학습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논의는 체험 학습의 존폐 문제가 아니라 교육 활동 전반의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교사 보호와 학생 안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취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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