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에 수험생도 학부모도 마음을 졸인 한 달이었습니다. 수능 성적표가 공개되고 수시 결과가 발표되면서 집집마다 희비가 엇갈렸는데요.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한 학생과 ‘수능 6교시’라 불리는 ‘원서 영역’을 준비하는 정시 지원자, 합격에 들떠 있는 예비 대학생까지, 각 가정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아이가 수능을 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성적표 나올 때까지 애 눈치 보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어요.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는 말을 믿고 내심 쉬운 문제를 기대했는데, 웬걸요. ‘불수능’ 아니 ‘마라 맛’ 수능에 엄마인 저의 멘탈도 탈탈 털렸죠. 밥 먹는 시간마다 진학사와 맘카페를 오가며 가슴을 졸였는데, 기적적으로 수능 최저 3합 6을 맞춰 원하던 대학에 가게 됐어요. 합격 통지서를 받으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이제 맘 편히 여행 다녀오려고요.”
“아이는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는데, 성적표를 받고 나니 허탈한 마음에 뭘 해도 즐겁지 않다고 해요. 수능 후유증인지 우울증인지. 속상해하는 아이를 다독여줘야 하는데, 당장 제 마음 다스리는 것도 힘이 드네요. 밥 먹다가도 불쑥 화가 솟아나요. 불안한 마음에 단톡방과 밴드, 커뮤니티를 기웃거려보지만 뾰족한 답은 없고. 이러다 대학보다 병원을 먼저 가게 생겼어요. 입시가 뭔지 너무 힘드네요.”
“극한 직업인 수험생 가족 신세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은데, 머릿속에 오로지 ‘인 서울’만 가득 찬 아이 덕에 일찌감치 재수 학원을 알아보고 있어요. 1교시부터 ‘멘붕’이 와 수학이며 영어까지 싹 다 망쳤다는데 별도리가 없더라고요. 정시 원서 접수 전에 학원으로 가려는데, 대치동의 유명 학원은 한 달 학원비가 등록금만큼 비싸다고 해서 벌써 걱정이에요.”
“수시 합격 전까지 겨울잠을 자던 딸이 드디어 깨어났어요. 수능이 끝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며 스마트폰과 하나가 되어 방구석을 굴러다녔는데, 합격증을 받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는지 살에 파묻힌 미모를 되찾겠다고 헬스장에 제 발로 찾아가지 뭐예요. 내친김에 PT도 받고 피부 관리도 시작하라고 꼬드기고 있어요. 이참에 운전면허도 따면 좋겠어요.”
“수시 원서를 8개나 썼는데 무려 8광탈! 예비 번호가 없어도 추가 합격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마지막까지 희망 회로를 돌렸는데 작년 입결 기준으로 학교에서 붙는다고 한 대학들도 싹 다 떨어져 할 말을 잃었어요. 올해 유독 수시 경쟁률이 높긴 했지만, 아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허망합니다. 정시 원서 접수 전에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멘탈 회복이 쉽지 않네요.”
“연년생 입시를 치르면서 폭삭 늙은 것 같아요. 아이 공부에 방해될까 봐 좋아하는 드라마도 싹 끊고, 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영양식으로 챙겨 먹였죠. 요 몇 년간 교육비로 탈탈 털어 쓰느라 생활비가 빠듯했는데 입시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니 숨통이 트여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인생의 첫 고비를 넘은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내디디는 힘찬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전 이제 가족 곁을 묵묵히 지킨 남편을 챙겨보려고요.”
‘토닥토닥 Talk Zone(토·톡·존)’은 학부모님들의 공간입니다. 입시 고민에 소소한 푸념, 깨알같은 일상 꿀팁까지 학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이번 주에는 수능이 끝난 후 희비가 엇갈린 각 가정의 풍경을 살펴봤습니다. <내일교육> 학부모님들의 보호구역! 토·톡·존이 언제나 응원합니다!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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