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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호

노화·암·게놈, 한 분야 다른 접근

전공별로 알아보는 바이오 분야 연구

암을 정복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내가 암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건지, 암을 호전시키는 신약을 개발하고 싶은 건지,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산업계에서 실제 생산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건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진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알면 자신의 적성에 더 맞는 학과를 찾을 수 있다. 배경지식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를 두고도 전공마다 연구 방법, 연구 결과, 이용 방법이 다르다. 노화 암 게놈에 대해 의대 약대 공대 자연대 등에서 어떻게 다르게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지 알아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김은기 명예교수(인하대학교 생명공학과)·석차옥 교수(서울대학교 화학과)
정현주 선임연구원(서울 강동경희대학교병원)·조진표 대표(와이즈멘토)
참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식품의약품안전처·기초과학연구원·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의 최고 직업 바이오가 답이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직업 이야기>


Reader’s letter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일하고 싶은데 바이오 관련 학과가 너무 많아서 어떤 학과에 진학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네요. 바이오 관련 학과들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의대는 환자를 치료하고, 약대는 약을 만들거나 다룬다. 공대는 세상을 이롭게 할 제품을 만들고, 자연대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을 양성한다. 바이오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의대 약대 공대 자연대 등 수많은 대학, 학과 중 어느 곳을 지원해야 할까? 환자를 치료하고 가까이하는 일에 적성이 있다면 의대에 진학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약대를 진학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자연대와 공대의 차이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자연대는 ‘기초지식’을 찾고 공대는 그 ‘기초지식’을 응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즉 기초과학과 기술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바이오 분야 역시 크게 기초과학과 응용 기술로 나뉜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처럼 자연대에 속해 있다면 기초과학이다. 학과가 공대에 속해 있다면 응용 학문으로 본다. 과 명칭은 생명공학과 화공생명공학과 분자생명공학과 등 제각각이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처럼 자연대와 공대 중 바이오 관련 전공들을 묶어 만든 단과대학도 있다. 학과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과정과 교수들의 전공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현주 선임연구원은 “교수들의 전공을 꼼꼼히 찾아보는 것은 대학원 진학 시 더욱 중요하다. 지도 교수의 세부 전공에 따라 연구 내용이 결정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시약은 타깃이 되는 바이러스만을 검사한다. 확진자 판별이 빠른 이유다. 코로나19 진단시약은 보통 생명과학·공학을 전공한 석사 이상의 연구자가 개발한다.

크게 진단 시약 개발 관련 전공, 유전자 분석 장비 관련 전공, SW 전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코로나19 진단시약과 관련해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기계·전자공학 전공자도 필요하다. 유전자 분석 장비를 지원하고 시약을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시스템 구축은 공학도가 할 수 있다. 또한 생명정보를 처리하는 SW 전공자도 필요하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진단시약에 비해 백신 개발은 더 복잡하다.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개발부터 임상 3상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소요된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체내로 들어온 백신의 항원 성분이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면역세포를 자극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후 실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만들어진 항체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으로 전공별 연구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인하대 생명공학과 김은기 명예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기 위해 타깃 항원을 찾는 것은 주로 자연대에서 연구한다. 개발한 백신이 몸 안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항체를 형성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약대 출신 연구자들의 몫이다. 이후 대량 생산을 위해 어떤 배양기에서 바이러스를 키울 수 있을지 판단해 제작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공대 출신들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역량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학습을 통해 지적 수준을 높여가듯, 인공지능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머신러닝, 인간의 뉴런과 비슷한 인공신경망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딥러닝이 대표적이다.

이 인공지능이 바이오 분야와 결합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 결과를 내기도 한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방대한 양의 의학 정보를 입력·분석한 후 그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을 추천한다.

또한 신약 개발에도 인공지능이 이용된다. 약물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시간과 약물 합성 개수도 줄이고 신약 개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임상실험에 가장 적합한 환자 그룹을 추천하는 등 개발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를 하는 서울대 화학과 석차옥 교수는 “단백질과 다른 분자의 상호작용 예측 방법과 단백질 설계 방법을 연구한다. 발굴된 단백질은 신약 후보 물질이 될 수도 있다. 계산생물학이라고 하는 이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약이 눈부시다.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팀이 화학자와 협업해 알파폴드라는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이 알파폴드는 50년 넘게 해결되지 않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사실상 해결했다. 단백질 구조 예측 역시 인공지능과의 협업으로 효율적인 연구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한다.




KEY WORD 노화


의대 노화가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원인을 찾고 치료하는 의술을 연구한다. 뇌과학 노인성질환 재생의학 등이 노화 관련 핵심 전공이다.


의대 알츠하이머는 왜 생기는가에 대한 기초지식부터 세포 수준에서 이를 억제하는 약을 찾는 연구에 관심을 갖는다. 노화의 원인을 찾고 억제하는 약을 찾는 연구를 한다.


공대 노화억제물질이 천연물질에서 발견됐다면 이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해 기업에서 실제 생산하도록 돕는다. 인체세포를 3D로 키워 임상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키트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식이다. 또한 노화로 인해 근력이 떨어진 노인을 위해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해 쉽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기계도 중요 연구 대상이다.


자연대 화학, 분자생물학 분야는 노화 과정에서 인체의 DNA가 어떻게 변하는지, 세포가 늙으면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연구한다. 예를 들어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닳아 없어지는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한다면 세포가 죽지 않는지 등을 연구한다.


KEY WORD 암


의대 암 환자를 치료하는 외과 내과 방사선과 이외에도 거의 모든 과들이 암과 연결돼 있다. 암 환자를 치료하면서 글로벌 제약회사가 개발한 새로운 항암제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대학병원 중심이며 임상, 즉 환자와 직결된 연구가 많다. 기초의학부에서는 연구의사와 생명공학 박사 출신 연구원이 함께 연구한다. 암 샘플을 구할 수 있고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약대 항암제 연구가 대표적이다. 화학합성으로 항암제를 만들기도 하고 천연물질에서 생산하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회사의 약도 국내 임상을 거치게 되어 있다. 약대 교수들은 약에 대한 활성이 어떤지 동물 실험을 통해 알아본다.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에도 관심을 갖는다. 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어 안정성이 높고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공대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 주목 나무껍질에서 발견한 항암제 성분인 ‘택솔’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주목 수백 그루를 키워 자를 필요가 없도록 주목 세포를 배양한다. ‘식물 세포 배양 기술’로 물탱크 같은 배양기에서 정교하게 세포를 키워 택솔을 배양액에서 분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더 나은 배양기를 만드는 일을 공대에서 한다.


자연대 화학과에서는 화학물질이 어떻게 DNA에 손상을 가해 돌연변이 DNA가 생기게 하는지 연구한다. 생명과학과에서는 암이 왜 성장을 계속하는지 연구한다. 사람은 누구나 돌연변이 세포를 가지고 있어 흔히 ‘모든 사람은 몸속에 암세포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암세포는 돌연변이 세포만 있어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증식을 하는 특징이 있다. 평범한 세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추는데 왜 암세포는 ‘멈춤’ 기능이 고장 났는지도 연구한다.


KEY WORD 게놈


의대 게놈, 즉 한 생물의 모든 유전자 정보는 의료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유전자가 특정 암에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면 유전자 검사로 암 발생 여부를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빅데이터의 축적으로 게놈 정보를 통해 인체 건강과 질병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약대 게놈 정보는 약을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게놈에 변화가 생기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변종 단백질이 병을 일으킬 수 있다. DNA로 질병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도 있지만 개인 맞춤형 약도 만들 수 있다.


공대 바이오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높다. 인공지능은 많은 아이디어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발생될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공대는 게놈 속 특정 유전자 부위를 찾아내는 바이오 센서 제작 등에 관심을 갖는다. 유방암 발생 유전자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게놈을 다 읽을 수도 있지만 특정 유전자의 존재를 바이오칩으로 확인하는 식이다.


자연대 DNA 분석은 단지 DNA 순서만 아는 것이 아니다. 게놈 연구의 중요 분야는 생명정보학이다. 컴퓨터를 사용해 게놈 정보를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는 일이다. 30억 개 염기서열을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일은 주로 공대나 자연대에서 한다.




의대는 바이오 분야의 최고 단과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단, 의대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곳이고 치료에 필요한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곳은 대학병원 중에서도 일부다. 규모가 있는 대학병원에 자리 잡는 의사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이다.

김 명예교수는 “대다수 의사들은 의대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병원에서 경험을 쌓아 개업 혹은 병원 취업을 선택한다. 결론적으로 바이오 분야를 연구하려면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전임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 의학도들도 아주 드물지만 있다.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와 접촉이 가능해 인체 샘플을 얻을 수 있고 인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러 면에서 현실적인 아이디어와 실용적인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한다.

대학병원에 남기 힘들다는 점과 수입 때문에 임상 의사를 선택하지만 의대 출신이 연구자가 되면 인체 구조, 인체 질병에 대해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는 데다가 환자와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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