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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 3 | 아시안 혐오

‘인종’이 폭행 사유? 서구권에 번진 아시안 혐오 범죄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 사람을 노린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애틀랜타 총기 참사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 아시아계 6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묻지 마 폭행’이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정부 기관인 뉴욕 주택당국이 아시아계 주민에게 발송한 통지문에는 이름 대신 ‘칭총(동양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 적혀 있었으며, 한 네일숍에는 ‘아시안은 팬케이크 얼굴을 하고 원숭이 뇌를 먹는다… 역겨우니 떠나라’라는 내용의 협박 편지가 날아들었다. 아시안에 대한 증오 사례 신고를 받는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약 4천 건에 달한다. 미국을 넘어 서구권까지 번져나가고 있는 아시아계 사람에 대한 차별과 혐오, 그 면면을 살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미국 검찰과 사법당국이 이 살인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할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를 포함한 수백만의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 우리의 현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 급증했으나, 마치 이 이야기가 미국에 사는 우리 이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우리 커뮤니티의 도움 요청과 경고는 철저히 무시돼왔다

… 아시아계로서 우리는 배제되고, 억류되고, 비방받고, 훼손되고, 흥분의 대상이 되고, 살해됐다 … 누군가는 여전히 ‘그동안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라고 묻는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항상 도움을 요청해왔다. 당신들이 듣지 않았다. 지금 침묵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우리의 말을 들어달라. 우리 중 한 명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변화를 위해 모두에게 힘을 실어달라.”
_가수 에릭남 <타임>기고문 중 발췌


#StopAsianHate

내일이 무상아, 너 고모네 가족이 미국에 계신다고 하지 않았어?

무상이 야~ 안 그래도 요즘 신문을 보며 식구들 모두 심장이 쫄깃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1세기에, 자유와 평등을 최고 가치로 여긴다는 그 대~단하신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거냐? 말이 돼? 아시안은 맞아도 된다니! 사촌 동생들이 무서워서 외출을 못하고 있대 ㅜㅜ 코로나19로 다들 삶이 팍팍해져 힘든 건 알겠는데 왜 분노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냐고~

내일이 무상아, 그건 분노가 아니라 혐오라고 봐야 해. 분노는 이유와 대상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지만 혐오는 논리란 없는 ‘과대망상적 병’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 독재정권이나 부패한 세력에 ‘분노’한다고 하지 ‘혐오’한다고 하진 않잖아. 즉 아시안에게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의 뇌 속에는 ‘소중한 나는 하찮은 네가 싫다’라는 무논리적인 ‘혐오’가 있을 뿐인 거지.

무상이 뭐? 우리가 하찮아!? 그래서 맞아도 싸다는 거야? 다들 똑같이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먼!

내일이 무상아~ 화가 난다고 똑같이 막 나가면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에게 빌미 제공밖에 더 되겠냐? 혐오가 아닌 연대를 꽃피우게 할 ‘알흠다운’ 방법을 찾아봐야지! SNS 시대잖냐. 일단 #StopAsianHate를 공유하고 혐오 방지 캠페인을 널리널리 퍼뜨리자고! 어쩌면 지금이 뿌리 깊은 인종혐오 사상을 제대로 각성할 절호의 시기일지도 몰라.

무상이 그래! 지구 평화를 위해 행동 개시! ‘#혐오를_멈춰라’ 17년 살아보니 사랑하며 살기도 짧은 인생이더라!


STEP 2 언론으로 본 핫 토픽




STEP 3 이슈 꼼꼼 분석하기


영화 <미나리>와 반아시안 정서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올해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어. 미국 영화계가 보수적이라더니 이제 진짜 많이 완화됐나 보다~라고 여겼다면 일단 그 생각 어디 잘 넣어둬.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땅,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가족을 그린 영화야.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했고 미국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 플랜B가 제작했지.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인 만큼 다수의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인 배우가 출연했어.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후 미국 내 시상식에서만 60여 개의 상을 받았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도 작품상 후보로까지 거론됐고.

하지만 미국 영화사가 제작하고 미국 감독이 연출했으며, 미국 배우가 출연한 ‘미국 내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는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됐어. 극 중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닐 경우 ‘미국 영화’가 아닌 ‘외국어 영화’로 구분된다는 희한한 규정 때문이지. 문제는 이 규정 또한 백인 감독에겐 모호하게 적용된다는 거야. 과거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의 <거친 녀석들>이나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에서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가 부분은 차지했지만 두 작품 모두 골든글로브 작품상에 올랐거든. 하지만 지난해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의 <페어웰>은 영화계의 찬사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지.


미국의 뿌리 깊은 아시안 혐오 문화

미국 인종문제가 거론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백인우월주의가 만들어낸 흑인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떠올리지. 그러나 지난달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가 얼마나 강한지를 한 방에 드러나게 했어.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아시안 혐오 범죄는 150%나 증가했다고 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신 특정 인종을 비하하고 특정 집단에 책임을 덮어씌우는 ‘쿵푸 독감’,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미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그만 좀 사용하라고 자제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뚝심 있고 줄기차게 퇴임 시까지 사용했어. 전문가들은 이런 정화되지 않은 ‘막말’이 ‘아시안은 질병을 퍼뜨리는 열등한 인종’이란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하고 있지.

연이은 혐오 범죄에 대해 미국 내 아시아계 인권단체는 “미국 사회의 아시안 혐오는 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일상적인 일이었다”고 설명해. ‘StopAsianHate’를 창설한 러셀 증 교수도 “미국에서는 많은 이들(백인)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영원한 이방인으로 본다. 학대가 쉽게 일어나는 이유”라고 강조하고 있고.

사실 미국 사회에서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미국 건국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어. 미 대륙에 터를 잡을 때부터 시작된 원주민·흑인 노예제는 말할 것도 없고, 1882년 중국인 근로자의 이민을 금지한 중국인 배척법은 1943년에야 폐지됐을 정도야. 2차 세계대전 때는 적국과의 내통이 우려된다며 일본계 미국인 모두를 강제 수용했어. 독일인과 이탈리아인 등 다른 적국 출신들은 내버려두고 말이지. 9.11테러 이후 벌어진 무슬림에 대한 무차별 혐오와 폭력도 빼놓을 수 없지. 명분은 내부 테러 방지였지만.

이렇듯 전쟁과 전염병이 터질 때마다 미국 내 아시아계와 소수인종은 모진 고난의 시기를 견뎌야만 했단다. (혹시 여기까지 읽고 ‘이런 차별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 잠시 우리 생각해보자. 그건 누구의 시각에 맞춘 프레임일까를.)


STEP 4 생각 그릇 키우기


‘모범적 소수자’라는 환상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양극화의 직격탄을 흑인과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인종이 집중적으로 맞고 있는 현실도 아시안 혐오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코로나19 방역 봉쇄 조치로 주로 식당 등에서 일하거나 일용직으로 근무해온 흑인과 히스패닉 근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불만이 아시아계를 향했다는 거지. 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열광한저소득 백인들도 빼놓으면 섭섭하고.

백인 주류 집단은 미국 사회의 고질병인 ‘흑백 인종차별 논란’이 터져 나올 때마다 흑인들의 목소리를 잠재울 방편으로 ‘아시안을 보라. 잘해내고 있지 않느냐’며 아시아계를 ‘모범적 소수인종(Model Minority)’이라 부르며 방패막이 삼아왔어. 아시안들은 이러한 백인들의 ‘인정’에 우월감을 갖기도 했고, 인종차별은 흑인들의 몫일 뿐이라는 걸 내재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지.

문제는 그 때문에 아시안이 경험하는 피해는 ‘반아시안 증오 범죄’로 쉽사리 인정받지 못한다는 거야.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희생자 대부분이 아시안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담당 경찰과 시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증오 범죄’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어. 이를 본 미국 내 아시아계는 ‘니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STOP Asian Hate’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를 거행했지. 시위는 현재 들불처럼 번져 미 전역 주요도시와 세계 각국에서 인종에 관계없이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아시안 혐오 중단을 외치고 있어.


서구 전역에 퍼진 아시안 혐오, 이젠 멈춰야 할 때

중국계 토마스 시우는 지난해 3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2명의 남성으로부터 모욕적인 비방을 들었고, 이에 항의하자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당했어. 영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펑왕도 지난달 집 근처에서 달리기를 하던 중 남성 4명으로부터 ‘중국 바이러스’란 욕설을 들으며 무차별 폭행을 당했지. 한국계 호주인 제이 신은 임신 중인 아내와 산부인과에서 태아 초음파 검사를 위해 대기하던 중 백인 여성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역겨운 XX’라는 폭언을 들었지. 미국 뉴욕 지하철에선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이 이유 없는 구타를 당했고 이탈리아에선 장을 보던 아시아계 남성이 난데없이 날아든 주먹에 맞아 정신을 잃었어.

아시안 혐오 범죄를 보며 “우린 중국인이 아니다. 우리도 코로나19 피해자다”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상 서구인들에게 한국·중국·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 등 모든 동양인들은 ‘똑같은 아시아계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해. 아시안 혐오는 코로나19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축소됐던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가 됐을 뿐이라는 거지.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분 짓기나 또 다른 혐오가 아닌 아시안 인종차별의 근원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거야.

인권운동의 대명사 마틴 루터 킹은 “우리의 삶은 우리가 중요한 일에 대해 침묵하는 날부터 끝나기 시작한다”고 했어. 지금 우리 모두가 인종차별과 아시안 혐오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결국엔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을 거야.

모두가 힘든 시기, 어떤 선택을 취하는 게 이 어두운 터널을 해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까? 또 서구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또한 인종을 기준 삼아 다른 잣대로 이 땅에서 함께하고 있는 이웃들을 대하지는 않았는지도 돌아봐야겠지. 지금 이 땅에 같이 살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차별 없는 나라’로 생각하는지 말야.

피부색과 종교, 출생지 등으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 앞에 떨어진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일지 몰라.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서 #StopAsianHate부터 동참하자고!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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