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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989호

EDU TALK | 소소(笑笑)한 일상 나누기

아쉬운 졸업 설레는 입학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TAKE #1. 생에 다시 없을, 아니 없어야 할 ‘마스크 졸업’


2월 초, 3년 터울인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의 학창 시절을 건강히 마무리한 큰아이와 드디어 꼬꼬마 티를 벗고 중학생이 된 작은아이. 함께 축하하고 기쁨을 누려야 할 자리였지만 학교는 ‘입장 불가’였지요. 5인 이상 집합금지다 보니 학생들도 시간대를 나눠 007 첩보작전처럼 각자 교실에서 얼른 졸업장을 챙겨 나와야 했습니다. 전무후무한 졸업식이었죠. 작은아이는 집에서 나간 지 20분 만에, 큰아이는 그보단 좀 더 오래 있다가 ‘졸업을 했구나~’ 싶은 증거물들을 수집(?)해왔습니다.

서운한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두 녀석의 담임 선생님들께서 교실에서 찍은 졸업 사진을 메시지로 보내주셨어요. 이렇게 예쁜 꽃다발도 준비해주시고 사진도 담아주셨구나, 감사해라. 엊그제 내 품에 온 것 같은 너희가 벌써 자라서 초졸, 중졸 학위도 따보는구나, 사진을 보다 감동에 젖어 “OO야~ 이리 와봐! 담임 선생님이 사진을 보내주셨네~”하니 작은아이가 소리칩니다.

“엄마! 나 아까 교실 잘못 찾은 줄 알았어! 선생님이 초특급 풀메(풀메이크업)로 나타나셨다니까! 처음 본 모습에 완전 깜놀!” 1년 만에 어렵게 본 마스크로 가려진 선생님의 얼굴, 엄마도 반가워하고 함께 놀라고 싶다. ㅜㅜ


먼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며 ‘그땐 그랬지’ 하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스크 쓴 졸업식과 입학식이 일상이 되지 않길 바라본다. 1년간 한 번도
뵙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들께 심심한 감사를 보낸다.
바이러스가 물러가면 저희 ‘풀메’하고 만나요 선생님!


TAKE #2. 교복의 생명은 ‘핏’이지!

지난주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의 교복을 맞췄습니다. 태권도 4품에 빛나는 운동 ‘쫌’ 하는 언니라 다리 찢기를 마음껏 할 수 없는 치마는 불편해하고 잘 입지 않았었죠. 바지를 맞춰줘야 하나 생각하다 교복점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결정하기로 했어요.

탈의실에 들어가 환복을 하고 나온 딸아이 모습에 주책없이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 고슴도치 엄마 눈에 교복을 입은 딸아이가 너무 예뻐 보였거든요. 아이도 치마를 입은 본인의 자태가 마음에 들었는지 바지도 입어보겠냐는 권유를 거절하더라고요.

“우리 OO 너무 예쁘다~ 사진 찍어서 이모한테 보내주자!” 평소 조카에게 “우리 OO는 엄마 말고 이모 닮았어” 하는 동생에게 사진을 보내며 ‘옛날 나 교복 입은 모습이 이랬니?” 하고 물었습니다. 바로 칼 같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언니, 정신 차려. 우리 OO 옆으로 세 배 늘려야 그때 언니 핏이야. 역시 우리 OO는 이모 닮아 교복 핏이 살아 있네!” 당분간 저희 자매는 연락이 두절될듯 합니다.


교복 입은 모습을 아빠와 오빠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며 집에서 한바탕 패션쇼를 벌인 딸아이.
그런 동생에게 오빠는 ‘불타는 자색 고구마’ 같다고 했다가
태권도 4품에 빛나는 동생에게 발차기를 당했다는 슬픈 후문.


TAKE #3. 하늘에서 내린 새 학기 선물

저녁 8시경, 공부를 하던 고등학생 아들이 “와~ 눈 내린다!” 하며 베란다로 뛰어나갔습니다. “눈이 쌓였어 엄마, 하늘이 나한테 준 선물을 무시할 수 없지! 아빠~ 나가자!” 올해 반백 살을 맞은 남편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세상 편하게 드러누워 영화를 감상하다 갑작스레 아들의 부름에 소환됐습니다. 18살, 한창 눈을 좋아 할 나이. 50살, 그런 아들과 놀아주기 좋은 나이.

두 남자가 나간 지 어언 1시간째. 눈싸움을 이렇게나 오래 하나?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병원에 가는 일은 웬만하면 없어야 할 텐데….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습니다. 아들이 보낸 사진, 아빠랑 아들 같은 크고 작은 눈사람 사진이 도착했죠. 집에 돌아온 두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 범벅이었습니다. “엄마! 아빠랑 나랑 만든 눈사람 인기 짱이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기념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다니까~” “야! 그럼 누구 손길이 닿았는데! 아빠가 만들면 다 예술이지, 너 봐! 예술이잖아~” 두 부자는 오랜만에 껄껄대며 해맑게 웃었습니다.



아빠와 아들이 혼을 담아 제작한 눈사람 ‘큰 놈, 작은 놈’. ‘엣지’와 ‘스똬일’이 살아 있는 게 보이냐고 묻는 그들에게
올곧은 세월을 살아왔음을 자부하는 엄마는 오직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고.



몸도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자녀들과 생활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해프닝도 마주하게 되죠.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거나, 속을 알 수 없어 눈물이 나거나, 어느새 다 자랐나 싶어 기특함도 느껴집니다. 소소하지만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부모들의 해우소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메일(lena @naeil.com)로 보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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