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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67호

EDUCATION 해외통신원 | 각국의 여름방학 풍경

다양한 인턴 생활로 진로의 밑그림 다져

유학 시절 동안 가장 기대되는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 여름방학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 고등학교나 싱가포르 대학에서의 여름방학은 3개월 정도로 굉장히 긴 편이다. 따라서 여름방학 때면 평소 해보지 못했던 활동을 하고, 관심 분야에서 심도 있는 활동을 하거나, 친구나 가족과 알찬 시간을 보낸다. 미국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고교 때는 뒤처진 과목이나 필요한 공부에 집중해 입시 준비를 했고, 한국에서 SAT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싱가포르 고교생들의 방학 생활도 미국에서의 나의 방학 생활과 비슷하다. 학기중보다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지만, 싱가포르 입시인 A-Level 시험이 임박한 학생들은 부족한 과목 중심으로 대입을 준비한다. 대학생인 지금의 여름방학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대학 졸업 이후의 진로를 준비하는 알차고 소중한 시간이다.


폭넓게 활동할 수 있는 긴 방학

대학생이 되니 방학 때 할 수 있는 활동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고교 때는 휴식, 여행, 그리고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면, 대학생이 된 지금은 저마다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해 다양하게 경험한다. 대학 1학년 때는 금융이나 컨설팅에 관심이 많았다. 운좋게 1학년 여름방학 때 여의도의 금융컨설팅 회사에서 두 달 동안 인턴 생활을 하며 직장 생활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마쳤을 땐 갑자기 중국어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학기중에 중국어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중국어에 대한 열정이 방학까지 이어져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중국 베이징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때 CET라는 중국어 어학 프로그램에 등록해 두 달간 중국인과 룸메이트 생활을 하며 중국어 공부를 했다. CET는 중국 정부의 고시위원회가 주관하는 어학능력시험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중국어만 사용해야 했기에 처음에는 룸메이트와 소통하기 힘들었다.

나는 중국어를 못했고, 룸메이트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몸짓을 이용해 간신히 대화를 이어나가는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인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중국어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다. 주말마다 베이징의 관광 명소나 주변 도시로 여행을 떠났고, 시안 등 중국 내 다른 도시로 기차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책으로만 보던 중국을 실제 여행하고, 중국어로 중국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평상시 갖고 있던 중국에 관한 편견이 사라졌다. 대신 중국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대학 시절 가장 즐겁고 활동적인 시간이었던 어학연수였기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베이징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 아직 가보지 못한 상하이나 홍콩 등 중국의 다른 도시들을 가볼 기회가 오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제약 있지만, 인턴 생활 중

대학의 마지막 여름방학은 싱가포르의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인턴을 하며 보내고 있다. 원래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로 했었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싱가포르 정부가 외부 활동을 금지하자 그 회사에서 인턴십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후 두 달간은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기숙사에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가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대학 마지막 여름방학 때 인턴을 못하면 차후 직업을 구할 때 영향을 줄 것 같아 싱가포르에 남아 인턴 기회를 찾으러 노력했다. 그러던 중 벤처캐피털 회사의 인턴 공고를 발견했고, 두 차례의 인터뷰 끝에 합격했다. 경제학을 전공 중이며 졸업 후 관심 진로가 금융 계통이라 오히려 계획했던 인턴 회사보다 경험을 쌓기에 좋은 환경이다.

현재 인턴으로 근무하는 회사는 투자자에게 일정 금액을 받아서 아직 상장되지 않은 벤처 회사에 투자하는 곳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외부의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사를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인턴으로서의 업무 중 대부분은 제안서 작성이나 새로운 투자자 물색이고, 회사 내부의 잡다한 일도 도맡아 하는 중이다. 인턴 생활뿐 아니라 달리기를 비롯해 꾸준히 운동하면서 건강하고 보람 차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목표에 따라 슬기로운 방학생활

대학에서 맞이한 3번의 여름방학 동안 각기 다른 경험을 했다. 사실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계획에 달렸다. 방학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여행을 떠나는 친구도 있고, 다양한 인턴 활동을 하며 이력을 쌓아가는 친구도 있다. 모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하는 친구도 있다. 개인마다 여름방학의 목적이나 활용 방안은 다르지만 싱가포르 학생들의 방학은 한국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로 여름방학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많은 친구가 인턴 경험이나 해외여행, 어학연수 대신 모국으로 돌아가거나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중이며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엔 인턴 계획이 취소돼 착잡한 마음이었지만 그 덕분에 마음껏 운동하고, 읽고 싶은 소설을 읽는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왕 일어난 일이라면 현재 상황을 탓하기보단 생각을 전환해 예기치 않게 찾아온 재충전의 시간을 긍정적인 태도로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2학기에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하길 바란다.




싱가포르 Singapore



이한규 | 싱가포르 통신원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과 외국인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꿈꾸며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국 특유의 여유로운 개인주의 사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친화력과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추진력을 배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예일대가 싱가포르국립대와 공동으로 설립한 Yale-NUS College에 진학해 현재는 경제학과 3학년이다. 싱가포르만의 교육 방식, 문화, 생활 등 교육과 유학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싶다. 싱가포르 유학에 대한 궁금증은 hankyu lee95 @u.yale-nus.edu.sg로!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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