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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호

도서관장과 채우는 중학생 책장 5 문학

서울 열린도서관 김혜경 관장이 읽어주는 인문사회 이야기_이번 생은 망했다고? 이제 겨우 출발선 앞에 섰는걸~

서울 일원역과 연결되는 삼성생명 빌딩 B동 2층에는 대형 북 카페 못지않은 ‘열린도서관’이 있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아름답게 흐르는 열린도서관은 작년에 갓 개장한 도서관답게 모던한 깔끔함과 최신식 시설이 돋보인다. 다양한 독서 토론 프로그램도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생 도서관을 반석에 올린 김혜경 관장은 “책을 읽고 혼자만의 생각에 침잠하는 것은 외딴섬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 읽은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생각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독서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 본다. 청소년기의 독후 활동은 더 절실하다. 세상에 당당히 맞설 자존감은 열린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김 관장이 중학생을 위해 추천한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를 만나보자.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추천 도서 1분 맛보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
지은이 양지열 펴낸곳 자음과 모음

해본 적도 없는 일을 꿈꾸라니 아무래도 모순 같지 않아? 그래서 말이지 난 꿈이 없었어. 더욱 정확하게는 뭘 꿈꿔야 할지 몰랐다고 해야겠구나. 그래도 사는 데 딱히 불편함이 없었어. 하지만 대학 입시를 치르려니 머리가 좀 아프더라고. 무슨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고등학생이 되니까 주변 친구들 꿈이 꽤 현실적으로 변하더라… 그런데 난 꿈을 도저히 고를 수 없었어. 뭘 해봤어야 말이지. _ 34쪽 일부 발췌

세상일이 그렇더라고. 일이든 마음이든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자꾸 일어나. 그게 좋은 쪽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쪽으로 기울 때도 많거든. 그러면 또 그걸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마음이 필요하지. 왜 그럴까? 어쩌면 그 이유 중 하나로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게 세상이기 때문 아닐까 싶어. 물이 가만히 고여만 있으면 굽이굽이 물길이 생길 일도 없잖아… 그러면서 냇물이 강물로, 더 커다란 세상으로 나아가는 거지._ 109쪽 일부 발췌

낯선 길을 향해 발을 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 선생님, 부모님 말씀을 따르더라도 한 번쯤 일부러라도 다른 길은 없는지 기웃거려봐. 언젠가는 어른들 없이 살아가야 하잖아. 문을 열고 나가면 눈부신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방에 갇혀 누군가가 꺼내주기만을 기다리면 안 되겠지. 물론 떨리지. 겁도 나고 말이야. 하지만 어차피 떨게 된다면 기대감 에서 오는 흥분으로 떠는 게 좋지 않겠어? _ 162쪽 일부 발췌



도서관장의 솔직한 추천사


김혜경 관장
서울 열린도서관장. 열린도서관은 다양한 독서형태가 공존하는 개방형 독서문화 공간이다. 성인, 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독서 토론 모임과 정독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고독한 독서가’ 프로그램을 시즌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고등학생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운영되는 초등학생을 위한 수학, 과학, 영어, 미술등의 수업은 열린도서관의 자랑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에 무너지지 않기를

“ ‘넌 OO만 잘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니?’ ‘큰 꿈을 꿔야 중간이라도 가는 거야.’ ‘제대로 노력이라도 해봤어?’ 혹시 이런 말들이 가슴에 아프게 자리 잡고 있지는 않나요? 어른들이 쏟아놓는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 없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무용담에 상처 받은 적이 있다면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될 때>를 한 번 들여다보세요. ‘지은이가 변호사? 뻔한 ‘나 잘났어’를 담았겠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노노~ 이 책의 묘미는 절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지은이는 수포자로 고민하고 어른이 되길 두려워하다 뇌출혈로 생과 사를 오간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청소년기를 그저 덤덤하게 들려주죠.

모든 것을 서열화하는 사회적 가치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을 상처받게 하죠. 가정과 학교에서의 과도한 경쟁의식에 주눅들고, 성적·외모·돈과 같은 조건들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치가 결정된다고 믿게 되거든요.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넘어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청소년기에는 잘 넘어지는 법, 주저앉지 않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익혀야 해요. 요즘 10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이 참 가슴 아파요. 아무리 봐도 세상이 요구하는 만큼 해낼 능력이 없는데, 세상은 자꾸 일정한 것을 요구하니 말 그대로 이번 생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판단해버린 거니까요. 지은이의 말대로 어쩌면 실패란 건 애초에 없었을지도 몰라요. 실패라고 여기기 때문에 실패인 거죠. 가던 길이 막혔으면 다른 길로 가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지켜나갈 줄 아는 여러분이 되길 바라요.”



생각하는 힘 키워줄 권장 도서


<싸이퍼>
지은이 탁경은 펴낸곳 사계절

‘싸이퍼’는 함께하는 거야, 주고받는 소통이지!

힙합을 즐기고 재능까지 겸비한 도건이와 힙합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정혁이의 이야기예요. 랩 배틀에서 만난 두 소년은 서로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죠. 둘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로 하죠. 책은 힙합을 매개로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슬픔과 고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읽다 보면 힙합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훨씬 깊어질 거예요.



<나의 스파링 파트너>
지은이 박하령 펴낸곳 자음과모음

아픔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청소년기에 느끼는 두려움과 자유에 대한 갈망, 외로움과 고통 등의 미세한 감성을 어루만지는 여섯 가지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에요. 표제작 <나의 스파링 파트너>는 아픔 속에서 무언가를 얻는다면 그 아픔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을 한 것이라 전해요. 결국 고통을 짊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성장이며, 살아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하기에 ‘스파링 파트너’는 더없이 이롭고 고마운 존재가 되어줄 것이라는 묵직한 위로를 건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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