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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호

도서관장과 채우는 중학생 책장 4 인문사회

서울 삼성도서관 우문희 관장이 읽어주는 인문사회 이야기_이런 말 막 해도 됨? 알면 불편해지는 일상 속 차별어

우문희 관장이 추천하는 두 번째 책은 만화가 담긴 책이다. 만화책은 아니다. 가볍게 웃으며 읽다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인문사회’ 도서다.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는 자신도 모르게 무심히 내뱉고 익숙하게 듣게 되는,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차별의 언어들을 들여다보고 그 의미와 속뜻을 알아가는 언어 탐구서다. ‘가사를 절다’ ‘명품 몸매’ ‘흑형’ ‘다문화’ ‘사내놈’ ‘주인아줌마’ ‘벙어리장갑’ 등 장난삼아, 악의 없이, 습관적으로 쓰는 이 평범한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칼이 된다는 것을 일상의 다양한 장면을 통해 들려준다. 다 읽고 책장을 덮을 즈음이면 바르고 성숙한 언어 감수성이 어느새 한 뼘 자라 있음을 느낄 것이다.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추천 도서 1분 맛보기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지은이 김청연 펴낸곳 동녘


결손 가정이라는 단어에는 아빠, 엄마, 아이들 이렇게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가정의 형태를 ‘정상’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바탕에 깔려 있어. 이런 가정을 정상이라고 여기게 되니 그것과 조금 다른 형태의 가정들은 비정상, 뭔가 불완전한 가정으로 보이는거지. 그런데 이 기준으로 요즘의 가정 형태를 살펴보면 ‘비정상’에 속하는 가정들이 매우 많아. _ 56~57쪽 일부 발췌


벙어리장갑이란 말을 쓸 때 일부러 장애인을 비하하고 조롱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무심코 이 말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거야. 언어라는 게 자기도 모르는 새 일상 속에 자리를 잡고, 습관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때론 ‘낯설게 보기’를 하면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지. _ 63쪽 일부 발췌


서울 중심주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이 뭔지 알아? “명절에 시골 내려가?”라는 말이야. 현재 서울에 사는 사람한테 명절 때 다른 지역에 있는 고향에 가는지를 물어볼 때 이렇게 묻는 경우가 많지. 이 표현은 서울을 중심에 두고 다른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긴 표현이야. 생각해보면 상대의 고향이 서울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일 수도 있는 일이잖아. 이처럼 무조건 “(서울에서 그곳으로) 내려간다”라고 하거나, 수도권 이외의 지역을 시골이 라고 부르는 건 우리도 모르게 머릿속에 자리한 서울 중심주의를 발견하게 해주는 언어 표현이지. _ 129쪽 일부 발췌



도서관장의 솔직한 추천사



우문희 관장

서울 삼성도서관장. 삼성도서관은 역사 주 제 전문 도서관으로 2020년에는 ‘역사고전 깊게 읽기: <맹자>·<사기> 편’ ‘역사추리소 설로 역사읽기' ‘<매직트리하우스> 영어원서 읽기’ ‘로알드 달 영어원서 읽기’ ‘락서락서 독서토론’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모든 이들이 벌레(蟲)로 변신하기 전에


프란츠 카프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그의 대표작 <변신>은 이렇게 시작해요.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사람이 벌레로 변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요? 맞아요.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죠.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요즘 대한 민국은 벌레가 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듯해요. ‘급식충’ ‘맘충’ ‘한남충’ ‘진지충’ ‘설명충’…. 혹시 여러분도 일상에서 이런 표현을 즐겨 쓰고 있진 않나요?


주변을 둘러보면 벌레를 뜻하는 접미사 ‘충(蟲)’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는 듯해요. 사랑하는 엄마가 ‘맘충’이 될 수도 있고 나와 내 친구들이 ‘급식충’으로 불릴 수도 있어요. 물론 비난받을 만한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해요. 그 극소수 때문에 다수를 ‘OO충’이라 칭한다면 누구라도 충분히 벌레가 될 수밖에요. 단순히 재밌어서 농담으로, 남들이 쓰니까 나도 웃으며 하던 표현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며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쉽게 내뱉는 일상 속 차별의 말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네 컷 만화를 통해 각각의 상황을 명료하고 재치 있게 보여줘요. 이를 통해 우리 안에 편견과 혐오, 고정관념이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알 수 있죠. ‘차별 반대’를 무작정 외치기에 앞서 우리 주변에 ‘어떤 차별이 숨어 있는지’ 살피고 서로가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할 때 세상은 분명 좀 더 따뜻해질 거예요.



생각하는 힘 키워줄 권장 도서



<선량한 차별주의자>

지은이 김지혜 펴낸곳 창비


혐오와 차별은 잡초처럼 자란다


우리 모두에게는 차별 감수성의 사각 지대가 있어요. 자신의 위치에 따라 어떤 차별은 보이지 않고 심지어 ‘공정함’ 으로 포장하기도 하죠. 사람들은 때로 아주 작은 차별은 무시해도 되고, 심지어 다수에게 유리한 차별은 합리적인 차등이라고 주장하며,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나 해법을 역차별이라고 공격하기도 해요. 이 책은 차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심각한 혐오주의자나 차별주의 자가 아닌 바로 나와 너, 우리일 수 있음을 알려준답니다.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

지은이 이혜정 펴낸곳 살림터


학교 안 혐오 현상의 실태와 대책


혐오가 만연해져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정당화되면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어요. 문제는 혐오 현상이 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거죠. 친구들끼리 꿈을 나누고 함께 커가는 교실에서 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나는지, 학생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해요. 책을 읽고 나서 학교가 안전한 배움의 공간이 되기 위해 모색해야 할 방안을 친구들과 함께 나눠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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