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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호

도서관장과 채우는 중학생 책장 3 역사

삼성도서관 우문희 관장이 읽어주는 역사 이야기 세상을 바꾼 작은 영웅 문구(文具)의 역사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과 가까운 서울 삼성도서관은 ‘역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주목받는 곳이다. ‘역사고전 깊게 읽기: 삼국유사·중세의 가을’ ‘근현대사 바로보기: 대한제국·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등 역사를 바라보는 깊이와 특색을 더한 강좌로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우문희 관장은 “학생들은 역사를 자신과는 떨어진, 과거에 있었던 거대한 사건의 집합으로 여긴다. 하지만 역사는 사실 나,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매일 사용하는 펜 하나에도 발명과 발전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지루한 옛 이야기, 너무 위대한 위인들과 거대한 사건에 역사를 멀리했던 중학생이라면 우 관장이 추천한 <문구의 모험>을 들춰보며 역사와 친해져보면 어떨까.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추천 도서 1분 맛보기



<문구의 모험>
지은이 제임스 워드 펴낸곳 어크로스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라고 말해도 그리 심한 과장이 아니다. 부싯돌 조각을 나무 자루에 꽂아 원시적인 창을 만들 때 썼던 역청부터 프리트 스틱의 풀 사이에는 (인더스 계곡에서 출토된 자를 써서) 일직선이 그어질 수 있다. 최초의 동굴 벽화에 쓰인 염료와 볼펜에 쓰이는 잉크 사이에도 직선이 그어진다. 이집트 파피루스에서 A4 용지 사이에도, 갈대 펜과 연필 사이에도. 생각하기 위해, 창조하기 위해 우리 는 뭔가를 적어두어야 하고 생각을 체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구가 필요하다.

(중략)

전구가 발명되어 사람들은 양초로 집을 밝히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양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용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양초는 테크놀로지의 영역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이동했 다. 우리는 양초를 어두침침하고 불을 낼 수도 있는 위험 요인이 아니라 낭만적인 물건으로 본다. 레코드판의 찍찍거리고 불완전한 음질은 CD나 MP3에 비해 오히려 따뜻함과 매력 으로 받아들여진다. …… 문구의 한계, 잉크가 뭉개질 수 있고, 공책 종이가 찢어질 수 있다는 등의 한계는 그 매력의 일부이기도 하다. 무한히 복제되고 공유될 수 있는 컴퓨터 파일 과 달리 손 편지는 유일무이한 사적인 물건이다. 포스트잇에 전화번호를 적어두는 일에도 물리적인 것이 담겨 있다. 물리적인 것은 뭔가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한다.

- <문구의 모험> 14장 ‘그 많던 볼펜은 다 어디로 갔을까’ 중 일부 발췌


도서관장의 솔직한 추천사



우문희 관장

서울 삼성도서관장. 삼성도서관은 역사 주 제 전문 도서관으로 2020년에는 ‘역사 고전 깊게 읽기: <맹자>·<사기> 편’ ‘역사 추리 소설로 역사 읽기’ 와 ‘<매직트리하우스> 영어 원서 읽기’ ‘로알드 달 영어 원서 읽기’ ‘락서 락서 독서토론’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필통 속에 담긴 세상을 바꾸는 힘

수수께끼 하나 낼 테니 맞춰보세요! 학창 시절, 이것의 사용량이 곧 공부량이라고 할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담고 있는 도구이지만 성인이 되고 일을 하게 되면 책상 서랍 속에 갇혀 서서히 잊히거나 회색빛 사무용품의 세계로 유배되는 것들은 무엇 일까요? 딩동댕~ 맞아요, 펜을 포함한 문구류들이죠.

미국의 저명한 출판 기획자 존 브록만은 세계의 석학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해요. ‘지난 2천 년간 발명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유명한 미디어 이론가 더글라스 러시코프라는 분은 ‘지우개’라고 답했다고 하죠. 동의할 수 없다고요? 러시코프의 설명을 들어보면 아마도 고개를 끄덕끄덕할 걸요. 지우개나 수정액처럼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들이 없었더라면 과학과 사회, 문화와 윤리의 발전도 없었을 거라고 말했거든요. 지우개는 단순히 종이의 흑연 가루를 털어낸 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라는 거죠.

이처럼 우리 필통 속 문구들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새로운 장을 열어준 조용한 인도자들이랍니다. 형광펜은 중요한 부분을 표시하고 메모를 더해 공부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졌고, 색인 카드는 자료를 정리하고 재배열하고 업데이트하는 정보 처리 방식에 혁명을 가져왔죠. <문구의 모험>은 각양각색 문구의 세계를 탐사하며 의미와 역사를 추적한 흥미로운 책이랍니다. 어떤가요? 작은 문구류에 깃든 위대한 역사를 발견하러 떠나고 싶지 않나요?


생각하는 힘 키워줄 권장 도서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지은이 이소영 펴낸곳 모요사

화가의 작업 도구로 읽는 미술의 역사

화가들은 지독한 ‘얼리어답터’였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그들은 당대 최신 도구와 재료를 사용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어요. 금속과 암석, 심지어 벌레 까지도 물감으로 만들려 했던 괴짜들.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더 나은 그림을 위한 도구 발명에 뛰어든 화가들이 있었기에 미술의 역사는 멈춤 없이 늘 새로울 수 있었답니다. 작품이 아닌 작품 뒤에 숨은 미술의 역사를 그린 흥미진진한 책이랍니다.




<디저트의 모험>
지은이 제리 퀸지오 펴낸곳 프시케의숲

디저트 속에 담긴 달콤한 역사 이야기

우리가 사랑하는 디저트들 속에는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해요. 이 책은 다채로운 디저트들의 기원과 진화 과정, 시대별로 유행을 선도한 디저트 코스에 이르기까지 디저 트를 둘러싼 달콤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답니다. 디저트가 별개의 코스로 분리되기 전부터 요리사가 연금술사 뺨치는 솜씨로 디저트를 창조하는 현재까지. 디저트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눈과 입뿐만 아니라 지적인 달콤함까지 즐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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