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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호

도서관장과 채우는 중학생 책장 1 철학

서울 대치도서관 유순덕 관장이 건네는 공자 이야기
중학생도 괴로운 중2병, 공자님 말씀으로 벗어나볼까

“일단 책 좀 읽죠?” 교육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대입 좀 안다 하는 학부모, 고등학생 선배들까지, 중학 시기에 가장 공들여 시간을 투자할 것을 물으면 같은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마음도 몸도 바쁜 중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어떤 책이 좋을지조차 감이 오지 않는다. 책이 낯선 중학생, 좋은 책을 찾기 어려운 학부모들을 위해 도서관장들이 나섰다. 책 그리고 독서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들이 중학생을 위한 책장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도서관에서 노는 법도 덤으로 알려준다. 첫 번째 책을 채워줄 이는 서울 대치도서관 유순덕 관장. 대한민국 사교육 1번가 대치동에서 독서 지도는 물론 학습 프로그램까지 다채롭게 제공하는 교육 전문가이기도 한 유 관장의 추천 도서를 만나보자.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추천 도서 1분 맛보기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지은이 이인우 펴낸곳 책세상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란 질문에 공자는 말합니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한 고을 사람이 다 좋다고 하면 좋은 사람입니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

“다 싫어하는 사람이면 어떻습니까?”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없겠지. 그 고을의 선한 사람이 좋아하고, 그 고을의 악한 사람이 미워하는 사람만 못하다.”

자공은 스승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렇지. 내 속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시 선생님이로구나.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너무 안달하지 말자. 좋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나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위안이 필요할 때 공자는 자공의 진정한 위안처였다. 내친김에 아예 대놓고 물었다.

“가난했을 때는 아첨하지 않았고, 부자가 되어서는 교만하지 않았으니 저도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지요?”

“괜찮다마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며, 부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지 않겠느냐?”

-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138~139쪽 일부 발췌


도서관장의 솔직한 추천사


유순덕 관장

서울 대치도서관장이자 인문학 프로그램 기획자. ‘도서관은 삶터이자 꿈터’라는 모토하에 도서관 내 ‘청소년 한중사’ ‘청소년 고전 읽기’ ‘세계문학 읽고 논술’ ‘청소년 창작 소설 쓰기’ 등을 운영하며 청소년 독서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하브루타 창의력수업>을 지은 교육 저술가이기도 하다.


읽다 보면 위로받는 공자와 제자들의 랩배틀!

"‘공자’라는 말에 ‘왓?!’하며 인상을 쓴 친구가 많지요? 알면서도 들고 왔습니다. 도서관장인 제가 중학생을 위해 추천하는 책은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예요. 평상시라면 손이 안 갈 철학 분야에다 왠지 꼰대 같은 소리만 할 것 같은 공자라니 벌써 두통이 몰려오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고민 끝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니 꼭 들어주세요. 제목에서 어렴풋이 드러나지만, 지은이는 ‘공자’가 자신의 삶의 고비마다 답을 찾게 해준 은인이었다고 해요. 왜 있잖아요, 힘들 때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 아득해 끝이 없을 것 같은 길 위에서 방황하거나 힘겨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방향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이 돼줄 공자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2천 년 넘게 동양의 참스승으로 존경받아온 공자의 저력을 느껴볼 수 있도록요. 특히 공자님 말씀이 ‘정답은 이거야!’라는 강요가 아님을 꼭 알리고 싶었죠. 제자들과 마치 랩 같은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안내했을 뿐이에요.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에는 마치 여러분 자신이 빙의한 듯한 가공의 인물 ‘이생’이 등장해요. <논어>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썼죠. 얼핏 보면 카카오톡 혹은 페이스북 메시지처럼 주고받는 대화가 이어지니, 그리 어렵지도않고요. 세상이 너무 불합리한 것 같다는 정의로운 중학생들, 세상 까다로운 사춘기 자녀와 갈등을 겪느라 진이 빠진 학부모에게 공자의 답과 질문들은 어느새 위로가 될 거예요. 여러분~ 저를 믿고 한 번 읽어보세요!”


생각하는 힘 키워줄 권장도서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
지은이 김용규 펴낸곳 웅진지식하우스

고전+철학 배불리 떠먹여주는 책

문학으로 좀 더 쉽게 철학을 이해시켜 주는 책이에요.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고전 13편 중 각기 다른 철학적 주제를 꺼내 이야기를 펼치죠. 어렵다고요? <오셀로>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변신>은 따뜻함의 대명사인 가족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식이에요. 고전을 새롭게 읽고, 삶을 좀 더 넓게 바라보는 눈을 선물하는 책이랍니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지은이 신승운 펴낸곳

영양제 챙겨 먹듯 하루 한 편 도전!

정약용, 박지원 등 성현의 글 47편을 모은 산문집입니다. 선인들의 슬기가 돋보이면서도 흥미롭고 난해하지 않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들로 엄선해 처음 고전을 접하는 친구들에게도 안성맞춤이에요. 어려운 한문, 딱딱한 해석으로 접근하기 힘들었던 고전 속 명문을 될 수 있는 한 쉬운 문체로 풀어쓴 지은이의 노고가 느껴지죠. 머리맡에 두고 하루에 한 작품씩 음미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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