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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9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전공 공부, 자부심만은 최고!



물리학도를 꿈꾸던 고교 시절, 오사카대 기초공학부 전자물리과학과라는 곳이 반도체와 전자통신 분야에 강하는 걸 알았다. 대학 연구실을 방문해 연구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니 꼭 이 학과에 입학하고 싶었다.
‘기초공학부’는 이름과 달리 자연과학 분야와 공학 분야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학부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학습량과 연구 규모에 놀라고 버겁기도 하지만, 전공에 대한 자부심은 점점 커진다.


입학 전 각오했지만 상상 이상인 학습량
기초공학부는 공대 기초학문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공학의 융합을 통해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는 학부다. 대학에 가면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공부할 수 있고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꿈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입학하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일본 대학시험인 센터시험에서 한국으로 치면 수능의 자연 계열 과목인 수학과 물리에서 모두 100점을 받아 학업에 자신감이 있었던 나조차도 공부가 힘들었다. 특히 학기 초반에는 강의실에 들어가기가 버거웠을 정도로 어려웠다. 교수님의 말씀이 언어적으로는 이해가 됐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1학년 1학기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와 비슷한 각오를 다진 친구들과 매일 도서관에서 예습과 복습을 빠짐없이 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성적이 올랐다.


성적이 좋아야 원하는 연구실로 배정
1학년 때는 수학적·물리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해석학> <선형대수학> <뉴턴역학> <무기·유기화학> <정보처리> <기초전자기학> 등을, 2학년 때는 1학년 때 배운 학문을 응용하는 <후리에해석학> <양자역학> <회로이론> <전자공학> <전자회로> <통계물리학> <프로그래밍> 등을 공부한다. 3학년 때는 2년간 배운 과목을 토대로 연구실 배정을 위한 실험 위주의 공부를 한다. 4학년 때는 연구실에 배정돼 졸업 논문을 위한 연구를 하게 된다. 문제는 연구실 배정이 성적순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학점(GPA)이 좋다면 가고 싶은 연구실에 배정받을 수 있지만, 학점이 낮다면 전혀 흥미가 없는 연구실에 배정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학점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사실 1학년 첫 기말시험 준비를 하며, 그리고 시험을 보며 ‘누가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지?’하는 의문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에 입학해 과 대표를 하고, 댄스 동아리 활동과 여러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바쁘게 지내던 그때의 나에게 커리큘럼이 버겁게 느껴진 것은 당연했던 것 같다.
대학 1학년 때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자 의욕적으로 여러 방면에 도전했지만, 2학년이 된 후 양이 엄청나고 어려운 공부, 대학원 입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3학년 선배들의 모습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진로선택이라는 커다란 벽이 나에게도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대학생이 되면 여러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일류 연구자가 되기 위한 길’ 을 선택해 달리는 중이다.


‘전자’가 존재하는 한, 변함없는 전공의 위상
매년 기초공학부 전자물리과학과 졸업생의 90% 이상이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로 대학원은 거의 필수 코스이다. 석·박사 과정의 선배들을 보면 매일 연구와 경과 발표, 학회등으로 개인 시간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은 최첨단 시설에서 연구하기에 대학원생들은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국제 학회에서 인정받는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힘들지만 이 길을 끝까지 가야겠다는 동기와 목표가 샘솟는다.
간혹 학사를 취득하고 사회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중퇴자’ 라고 부른다. 4년간의 학부 공부로는 연구 계열에서 일하기 어려워 이런 선배들은 4년간 힘들게 공부한 전공과 관계없는 분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학 과정 이후 취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 온 인문 계열 졸업생보다 불리한 취업 조건에서 싸워야 하는 환경 역시 우리가 그들을 중퇴자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사실 선배들은 4년간 힘들게 공부하고 연구한 것이 아까워서 일반 취업은 못하겠다고 말한다. 특히 오사카대는 공과 연구 시설에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이며 기초공학부는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전공이기에 대학원 진학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학원 선배들 중에는 취직 활동을 하기 전에 기업이 헤드 헌팅해 가는 경우도 많고, 일본 기업뿐 아니라 한국이나 해외 대기업에서도 채용을 위해 연구실을 직접 찾는 경우가 많다.
힘들고 버거운 전공이지만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나의 미래가 설레고 기대된다. 공부할수록 지구상에 ‘전자’가 존재하는 한 꼭 필요한 전공이라는 확신이 든다.






1. <회로이론>의 실제 시험 문제. 기본적으로 상당한 계산량과 정확성이 요구되며, 선형대수학 등 수학적 기법의 기초가 있음을 전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2. 2학년 2학기에 배우는 전문 서적들. 주로 양자역학과 그에 관련된 수학적 기법, 기초적인 물성물리과학과 전자회로에 관한 교재가 많다.
3. 오사카대 사카이 연구실의 투과전자현미경. 물질을 원자 단위로 분해해 화상 해석할 수 있는 장치다.
본체만 우리나라 돈으로 수십억 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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