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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5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일본 대학생에게 인턴 경험은 필수!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 몇 가지 다른 점들을 느낀다. 특히 한국은 부모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고, 고교 때는 공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일본은 상황이 좀 다르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취업 설명회와 인턴 제도들이 활성화돼 있으며 취업 시 인턴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것 같다. 특히 다양한 인턴십은 의미 있는 경험이다.


의무교육 이후엔 자립하는 일본 청소년
한국을 떠난 지 5년이 되다 보니 방학 때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다름을 느낀다. 환경에 따른 개인차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학생들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나 일본은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고,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관 등 여러 기업에서 고등학생 아르바이트 모집을 공고하고 채용한다. 일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교 재학생 수는 320만 명인데, 19세 이하 학생 중 일을 하는 이가 80만 명이 넘는다. 즉, 4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셈이다. 대학생은 그 비율이 훨씬 높다. 특히 일본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면 학비나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분위기라 학생들 역시 당연하게 여긴다. 부모 중에는 일을 해서 고등학교 때의 교육비를 모두 갚으라는 이도 있다. 일본의 문화이기에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솔직히 나는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취업 전선에 일찍 뛰어든 일본 청소년들은 돈, 경제에 관심이 많다. 간혹 돈의 세계를 일찍 경험해 학업보다는 돈벌이에 집중하는 학생도 있지만 부모에게서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일본 청소년의 모습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과외, 학업 향상뿐 아니라 정서적인 공감 요구도
일본 대학생 대다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연간 105만6천 엔, 우리나라 돈으로 1천50만원 정도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이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대학 입학 후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다.
1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쳤는데 2명이 중학생, 나머지는 고등학생이었다. 놀랍게도 자녀의 지도를 맡기며 부탁한 내용은 다양했다. 한국이라면 성적 향상이 핵심이자 유일한 요구였을 텐데 일본 부모들은 토익 점수를 올려달라, 한국어를 알려달라, 학년 석차 10위 안에 들게해 달라는 등의 학업 요구도 있지만 형제처럼 지내며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달라는 요구나 아이의 꿈을 찾아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처음에 그런 요구를 받았을 때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실제 아이에게 꿈을 심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주일에 한번 2시간씩 아이와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로 방향을 찾아주며 동기부여를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급여 수준은 지도하는 내용이나 대학에 따라 달라지는데 1천500엔부터 많게는 5천 엔까지 받는다. 현재 일본의 최저 시급이 1천 엔임을 감안하면 가정교사의 시급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힘든 일도 아니기에 대학생 사이에서는 선호도가 높다.


다양한 취업 관련 세미나, 인턴 경험 가치 있게 평가
오사카대는 학기마다 취업 관련 세미나를 연다. 일본은 구직 시 인턴 활동 경험을 의미있게 평가받기 때문에 학생들은 인턴십을 선호한다. 실제 국가공무원 시험, 사법 시험을 목표로 공부하거나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인턴 경험을 필수로 여기는 분위기다. 나 역시 대학 2학년 때 일본 게임 회사인 엔‘ 큐브’에서 인턴을 했다.
엔큐브는 한국과 일본의 게임 시장을 잇기 위해 ‘로컬라이징’ 사업을 하는 곳으로, 나는 한국어와 일본어 통번역을 담당했다. 일본에서 한국 파트너사에 보낼 사업 기획서나 보고서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에서 들어오는 정보나 게임 업데이트 자료를 사업기획실 직원들과 함께 번역하고 작업했다. 사무실에는 게임 회사답게 아기자기한 포스터나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게임기가 있었다. 직원들과는 게임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인턴 생활을 했다.
일을 하는 내내 두 나라의 문화 차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으로서 일본 문화 속에서 자라면서 혼란스러웠던 나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직시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벤트인 ‘도쿄 게임 쇼’에 참석해 동시 통역 스태프로 활동했다. 한국의 프로 코스프레 모델팀과 연계해 코스프레 모델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보수도 두둑했다. 모델로 무대에 섰을 때는 그토록 염원하던 오사카대에 입학했을 때보다 더 ‘일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 다. 방학마다 다양한 인턴 생활로 일본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고 다양해짐을 느낀다.






1. 세계 최대의 일어·영어 2개 국어 능통자를 위한 채용박람회인 ‘보스턴 커리어 포럼’.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열린 시야와 마인드를 가진 학생을 채용하려고 모인다.
2. 인턴을 했던 게임 회사 ‘엔큐브’. 사진은 회사 정문에서 찍은 로고.
3.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이벤트인 ‘도쿄 게임 쇼’ 에서 한국 촬영팀과 함께 찍은 사진. 동시통역은 단순 번역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4. 게임 ‘로드 오브 다이스’ 의 캐릭터 ‘아서’ 코스프레를 하고 같은 팀과 촬영한 사진. 부스에서 촬영한 사진이 한국과 일본 양국 기사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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