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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수시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⑤_박규현 서울교대 교직 인성 우수자 전형 합격 (서울 덕원여고 졸업)

주변에서 말린 교대 지원 올인 결과는 성적과 비례하지 않았어요



3학년 1학기까지 내신 평균은 1.67등급. 학년이 오를수록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성적이 하락했다. 교대 지원자들의 내신 평균이 1등급 초반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썩 경쟁력 있는 성적은 아니었다. 수시 지원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초등 교사 임용 축소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주변에서 교대 지원을 말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초등 교사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고교 3년의 시간이 오롯이 교사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성찰하는 과정이었던 박규현씨는 수시에서 교대 지원에 올인했다. 서류 전형으로 진행된 1단계는 모두 합격, 면접 일정이 겹친 두 곳을 제외하면 교대 네 곳에서 모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교과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열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규현씨는 정말 자신이 원한다면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제 성적 보면 놀라실 걸요. 1학년 1학기 때 최고점을 찍은 후로는 점점 1등급보다 2등급, 3등급이 많아졌으니까요. 하하. 최선을 다했고, 활동하느라 공부를 등한시한 건 아닌데 여고라는 특성도 있어서 성적 경쟁이 치열했던 것 같아요. 서울교대에 합격한 학교 선배의 내신 평균이 1.18등급이었으니 사실 큰 도전이었죠. 한데 저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입시 결과를 봐도 합격이 꼭 교과 성적과 비례하지 않더라고요. 특히 종합 전형에서는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규현씨는 입학하던 해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학업 역량을 키우고,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열어준 선생님들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중학생 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 활동을 하면서 초등 교사를 꿈꿨다는 규현씨는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학교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탐구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에 대한 성찰
특히 1학년 때 읽은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통해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덴마크의 교육 체계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한국에서 비슷한 교육 철학을 시도하는 곳은 없는지 궁금해 찾아보던 중 저자인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학생들에게 ‘옆을 볼 자유’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꿈틀리 인생학교’를 알게 됐다. 2학년 때 작성한 ‘꿈틀리 인생학교와 덕원여고의 교육과정 및 학교생활 만족도 비교·분석’ 보고서는 그렇게 탄생했다.
“두 학교의 교육과정을 비교해보고,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생활 흥미도를 설문 조사를 통해 알아보기로 했어요. 한데 꿈틀리 인생학교가 강화도에 있어서 직접 갈 수가 없더라고요. 고심 끝에 무작정 학교로 전화해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설문 작업을 도와주셨어요.”
제도권 교육과의 차이는 분명했다. 일반고의 교육과정은 거의 정해져 있기에 지정된 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고,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듣는 수업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꿈틀리 인생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고 다양한 과목 수업과 체험을 통해 꿈을 찾아나가도록 돕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의 자랑거리를 소개할 때 우리 친구들은 ‘급식’을 꼽는 반면 꿈틀리 인생학교 친구들은 ‘학교 구성원의 참여와 자유’를 꼽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죠. 수업 흥미도에도 차이가 있었고, ‘꿈’이라는 단어가 답변서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아직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에서는 대부분 비슷한 모습일 거예요. 당시 학교에 직접 가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워서 3학년 때 찾아갔는데요. 교장선생님께서 이런 교육 시스템이 꼭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 어려움도 있고 제도적 장벽도 크다,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할 과제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게는 사고의 전환이 된 소중한 경험이었죠.”


변화를 이끌어낸 세힘한 아이디어의 힘
서울교대가 종합 전형에서 학생부를 통해 평가하는 것은 예비 교사로서의 기본 소양과 품성, 자질 등이다. 규현씨의 소소한 일상에서도 이 같은 소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1학년 때부터 영자신문반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규현씨는 ‘야간 자율학습의 이점’을 주제로 야심 차게 첫 기사를 준비했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친구들은 기사 내용이 지루하다고 했다. 고심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우정사진 공모전’.
“독자 참여형 기사라면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Show me your friend-ship’이라는 문구를 넣은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했어요. 90여 장의 작품이 접수됐고, 다섯 작품을 베스트 사진으로 선정해 기사와 함께 실었죠. 신문을 보 며 웃는 친구들을 보니 정말 뿌듯했어요. 반응이 좋았던 우정사진 공모전은 이듬해 교내대회로 만들어졌어요. 소수 학생들만 참가해 실력을 겨루던 종전 교내대회와 달리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니 열띤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더라고요. 생각의 전환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2학년 때는 학급 활동으로 ‘Think Talk TED’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다양한 TED 강연을 보며 친구들과 함께 진로 탐색 시간을 가진 것. 규현씨는 봉사자들이 마을공동체 안에 만든 교육 공간을 소개한 ‘Once Upon a School’ 강연을 발제했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 마을 안에 만든 교육 공간에서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학교 과제 등을 도움받기도 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지원받는 모습을 보면서 초등학생들을 위한 ‘한국형 전래동화 5일장 센터’ 를 구상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는 친구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영향을 미치더라고.




“춤을 추고 싶어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이 친구가 자신의 꿈과 관련된 TED 강연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발표했는데, 나중에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연습 차원에서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을 때 어찌나 보람되던지, 제 아이디어가 이런 파급 효과를 낼 줄은 미처 몰랐죠.”
규현씨의 이런 면모는 2학년 중국어 연극 수행평가 때 친구들의 참여를 독려한 과정부터, 영자신문반 회의에 자주 불참하던 후배를 만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이유가 있었음을 전해 듣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던 일화까지 곳곳에서 묻어났다. 우리는 종종 선생님의 사소한 한 마디가 자신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사례를 전해 듣는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심한 관찰력과 발상은 규현씨의 큰 장점이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꿈꿀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했던 만큼 규현씨는 한국 교육의 시스템도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성적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종합 전형은 꼭 필요한 선발 방식 이긴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는 것 역시 실감했다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꿈이 없다고 해요. 공부 잘하는 친구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라고 하죠. 하고 싶은 일도, 잘하는 것도 학생마다 모두 다른데 그저 의무적으로 대학에 가야 한다고만 하고, 대학 서열에 따라 학생들을 나눠버리니까요. 지금 정부에서 말하는 고교학점제도 좋은 정책이긴 하지만, 배우고 싶은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학교에 없으면 또 어렵잖아요. 학교에서 거꾸로 수업을 간단하게 시도한 선생님이 계셨는데, 항의하는 학부모님들이 있더라고요. 진도가 달라진다는 게 이유였어요.
이렇게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학생들은 종합 전형에서도 합격에 유리하도록 꿈을 지어낼 수밖에 없어요.”
‘예비 교사’의 뼈아픈 지적이 어느 때보다 와 닿는다. 규현씨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날에는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분명 달라져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2학년 때 작성한 인문 탐구 활동 보고서 '꿈틀리 인생학교와 덕원여고의 교육과정 및 학교생활 만족도 비교·분석'을 통해 강압적인 입시 제도와 사교육에 지친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인생학교의 필요성을 고민해봤다.
'초등학교 교사 수업 방법 및 학생 참여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는 교사가 먼저 변화해야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정사진 공모전' 아이디어를 내 친구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영자신문 기사.



학생부

1학년
□ 수상 인문 탐구 활동 보고서 대회 등
□ 진로 희망 사항 교육자
□ 창의적 체험 활동 영자신문반에서 우정사진 공모전을 열어 학생들의 열띤 참여를 이끌어냄, 구립 도서관에서 초등학생 대상 영어 교육 봉사 활동

2학년
□ 수상 인문 탐구 활동 보고서 대회, 우정사진 공모전 등
□ 진로 희망 사항 교사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활동으로 'Think Talk TED'를 직접 기획하도 진행, 교사를 꿈꾸는 친구들과 함께 자율동아리에서 수업 시연 등 교육 관련 활동 수행, 구립도서관에서 초등학생 대상 영어 교육 봉사 활동, 인문 계열 학생들을 위한 진로 탐색 과정 '덕원아카데이마'에서 교사에게 필요한 소양과 자질 탐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꿈틀리 인생학교와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 학교생활 만족도를 비교·분석한 보고서 제출/[독서와 문법]'학급 규모에 따른 학생 교사 만족도에 관한 연구''초등학교 교사 수업 방법 및 학생 참여도에 대한 연구'보고서 제출

3학년
□ 수상 인문 탐구 활동 보고서 대회 등
□ 진로 희망 사항 초등교사
□ 창의적 체험 활동 영자신문반에서 후배들의 갈등 해결을 도움, 학급 특색 활동에서 교육 관련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과 함께 모둠을 만들어 ‘고교학점제’ 등 교육 관련 사회 이슈를 조사하고 보고서로 작성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고교학점제는 실시되어야 한다’는 논제로 조리 있게 발표 / [한국지리] ‘자사고 및 외고 폐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찬반 토론을 진행하는 등 평소 교육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은 모습 기록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1학년 <사회> 시간에 사회적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시사 동아리에서 소모임을 꾸려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 대해 조사한 뒤 교내 토론대회에 이를 주제로 참가한 경험을 풀어썼다. 학생들이 다원화된 사회를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삻의 소중함을 알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포부와 연결했다.

□ 2번 교내 활동 우정사진 공모전 아이디어가 교내대회로까지 확장된 일화, 매주 토요일 참가한 덕원아카데미아에서 교육을 주제로 조사하고 보고서로 작성한 활동, 학급 활동으로 'Think Talk TED'를 제안해 친구들과 함께 진로 탐색 시간을 가진 활동 등을 담았다.

□ 4번 초등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과 이를 갖추기 위한 노력 중국어 연극 수행평가 때 친구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각자의 장점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을 했던 일화, 영자신문 동아리에 적응하지 못한 후배의 고민을 듣고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운 일을 통해 교사는 편견을 갖고 학생을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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